[르포] 트럼프 향해 “홍콩 해방시켜 달라”…성조기 휘날린 주말 홍콩

입력 2019.09.08 21:05 | 수정 2019.09.09 08:40

8일 홍콩 시위대의 14번째 주말 시위가 홍콩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부 시위대가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 도움을 요청하며 미국 성조기로 도심을 뒤덮었다. 주요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일부 시위대가 불을 지르고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현지 시각)쯤 홍콩섬 센트럴역과 애드미럴티역 사이에 있는 차터가든 주변은 시위 인파로 가득찼다. 이날 오전부터 시위 참여자들이 몰려들었다. 오후 2시부터 상업지구에 있는 차터가든과 인근 에든버러 광장에서 출발해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까지 걸어가는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8일 오후 홍콩 홍콩섬 센트럴역과 애드미럴티역 사이에 있는 차터가든 공원 근처에서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으로 행진하는 시위가 열렸다. 대형 미국 성조기와 홍콩 민주화 시위의 상징인 우산이 인파를 덮었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8일 오후 홍콩 홍콩섬 센트럴역과 애드미럴티역 사이에 있는 차터가든 공원 근처에서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으로 행진하는 시위가 열렸다. 대형 미국 성조기와 홍콩 민주화 시위의 상징인 우산이 인파를 덮었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수천명의 시위대가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미국 총영사관을 향해 행진했다. 차터가든과 미국 총영사관 사이 거리는 약 700미터로, 평소 걸어서 10분 가량 걸린다.

 8일 오후 홍콩 홍콩섬 센트럴역과 애드미럴티역 사이에 있는 차터가든 공원에서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으로 행진하는 시위가 열렸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8일 오후 홍콩 홍콩섬 센트럴역과 애드미럴티역 사이에 있는 차터가든 공원에서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으로 행진하는 시위가 열렸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대형 성조기가 시위 현장을 뒤덮었다. 상당수 시위 참여자들은 손에 작은 성조기를 흔들며 행진에 참여했다. 떼를 지어 미국 총영사관을 향해 나아가던 도중 일부는 미국 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영국 국기와 독일 국기도 간혹 보였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을 상징하는 우산을 쓰고 있는 시위대도 있었다.

 8일 오후 홍콩의 홍콩섬에 있는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근처에서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 시민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구호인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을 패러디한 ‘Make Hong Kong Great Again(홍콩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8일 오후 홍콩의 홍콩섬에 있는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근처에서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 시민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구호인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을 패러디한 ‘Make Hong Kong Great Again(홍콩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시위 현장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는 다양한 문구가 적힌 배너와 종이가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었다. 미국 정부와 의회를 향한 메시지인 만큼 영어로 적힌 문구가 많았다.

‘President Trump, Please Liberate Hong Kong(트럼프 대통령, 홍콩을 해방시켜주세요)’
‘Please Pass the Hong Kong Human Rights and Democracy Act(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켜주세요)’
‘Free Hong Kong, Pass the Act(홍콩을 자유롭게 해달라, 법안을 통과시켜라)’
‘Save Hong Kong, Pass the Act(홍콩을 구해달라, 법안을 통과시켜라)’
‘Make Hong Kong Great Again(홍콩을 다시 위대하게)’

 8일 오후 홍콩 홍콩섬에 있는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근처에서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8일 오후 홍콩 홍콩섬에 있는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근처에서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미국에서 일부 의원이 추진 중인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안’은 매년 심사를 통해 홍콩의 자치 수준이 낮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무역 특별대우 지위를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은 현재 미국과의 무역에서 낮은 관세 등 특별 혜택을 받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법안엔 홍콩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 중국·홍콩 정부 관리에 대해 미국 정부가 미국 입국 금지,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가하는 내용도 담겼다.

 8일 오후 홍콩 홍콩섬에서 시위대가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8일 오후 홍콩 홍콩섬에서 시위대가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홍콩에서 시위가 시작된 6월에 이 법안을 발의한 미국 의원들은 홍콩 정부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법안의 통과를 추진 중이다. 행진에 참여한 한 20대 여성은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이 홍콩을 해방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8일 오후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근처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학생이 미국 성조기를 양손에 들고 있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8일 오후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근처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학생이 미국 성조기를 양손에 들고 있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던 시위대는 세인트존스 대성당을 지나 홍콩 중앙정부 청사 동관까지 진출했으나 바리케이드를 친 경찰에 막혀 더 나아가지는 못했다. 미국 총영사관은 홍콩 정부 청사 동관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오후 4시 30분쯤엔 시위대 행렬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었다.

 8일 오후 홍콩 홍콩섬에서 시위대가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홍콩 경찰은 미국 총영사관 앞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시위대의 진입을 막았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8일 오후 홍콩 홍콩섬에서 시위대가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홍콩 경찰은 미국 총영사관 앞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시위대의 진입을 막았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미국 정부는 아직 이날 시위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할 때마다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특히 지난달 6일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소속 외교관이 시위 주도자 일부를 만난 것으로 밝혀지자, 미국이 홍콩 시위를 조종하는 검은손이라며 맹비난했다.

이날 미국 총영사관에서 약 700미터 떨어진 지하철 센트럴역에선 일부 시위대가 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불을 지르고 지하철역 창문을 부쉈다. 경찰 폭동 진압대가 센트럴역을 폐쇄한 후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했다.

 8일 오후 홍콩 홍콩섬 차터가든 공원 주위로 진행된 행진 중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파란 깃발과 미국 성조기, 중국 오성홍기가 함께 나부끼고 있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8일 오후 홍콩 홍콩섬 차터가든 공원 주위로 진행된 행진 중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파란 깃발과 미국 성조기, 중국 오성홍기가 함께 나부끼고 있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미국 총영사관 행진에 참여했던 시위대는 오후 5시쯤부터 애드미럴티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완차이역으로 향했다. 시위대가 완차이역에서 코스웨이베이역으로 가면서 도로를 점유하고 바리케이드를 치자 경찰이 출동했다.

시위대는 완차이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코스웨이베이역까지 나아갔다. 소셜미디어 실시간 중계와 홍콩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후 7시쯤 경찰이 코스웨이베이역 일부 출구에서 최루탄을 세 차례 발사했다.

 8일 오후 홍콩 홍콩섬에 있는 지하철역 완차이역 근처 도로에서 시위자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8일 오후 홍콩 홍콩섬에 있는 지하철역 완차이역 근처 도로에서 시위자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4일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이 시위를 촉발시킨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공식 철회한다고 발표했지만,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를 향한 반감이 커지면서 반중 시위와 민주화 시위로 번졌다.

 8일 오후 홍콩 홍콩섬에 있는 지하철역 완차이역 근처 도로에 경찰이 출동해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있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8일 오후 홍콩 홍콩섬에 있는 지하철역 완차이역 근처 도로에 경찰이 출동해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있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범죄인 인도법 철폐를 비롯해 정부에 5대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5대 요구는 범죄인 인도법안 완전 철폐를 비롯해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조사와 처벌,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자 석방과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다. 시위 현장에선 ‘5대 요구, 하나라도 빠져선 안 된다’는 의미의 ‘오대소구 결일불가(五大訴求缺一不可)’란 구호가 끝없이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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