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기업에 주는 일자리안정자금… 강남 병원·로펌으로

조선일보
입력 2019.09.07 03:00

밀어내기식 2조5000억 풀어 잘못 지급된 사례만 550억원

정부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어준다고 만든 '일자리안정자금'이 엉뚱하게 유명 병원, 로펌, 정당 등으로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조5000억원이 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밀어내기식으로 집행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이런 자금을 받을 필요가 없는 곳까지 무더기로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을 올려주기 힘든 30인 미만 영세 업체(당기순이익 5억원 미만)에서 일하는 근로자(월급 210만원 이하) 1인당 월 13만원을 사업자에게 지원해주는 제도다.

6일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일자리안정자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 20여개 지점을 둔 A피부과의원의 한 지점도 지난해 일자리안정자금 16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한 성형외과의원도 624만원을 받았다. 서울 강남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원장 B씨는 본지 통화에서 "나처럼 하루가 바쁜 사람은 일자리안정자금이 뭔지도 모르는데, 작년에 돈을 받을 자격이 되니 빨리 신청을 하라는 (노동청의) 전화가 와서 받은 것"이라며 "솔직히 받지 않아도 되는 돈을 정부가 주겠다고 해서 의아했다"고 말했다.

정당도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대구광역시당도 572만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구시당에서 일하는 직원이 5명인데, 급여가 낮아 정부가 정한 지원 대상 기준이 되기 때문에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정의당 대구광역시당도 272만원, 바른미래당 충남도당도 108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밖에도 주요 로펌과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업무 등을 대행하는 노무법인과 세무법인, 교회, 사찰, 대학 동문회 등도 지원을 받았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골프장 등도 수백만원이 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받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안정자금은 65만여개 사업장(근로자 264만여명)에 2조5136억원이 집행됐는데, 이같이 잘못 지급된 사례가 554억원이고 근로자 숫자 기준으로는 1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수 절차가 진행 중이며 지난달까지 약 107억원이 환수됐다고 고용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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