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마다 숨겨둔 옛이야기… 달빛 아래 반짝

입력 2019.09.06 03:29

[가을 문턱 '전국 문화재 夜行']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 연극·콘서트 등 46개 프로그램
전주 한옥마을 - '王 분장' 해설사의 역사 이야기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 - 개화기 살롱 재현… 스윙댄스 쇼
강릉 대도호부관아 - 관노가면극 등 무형문화재 공연
김해 수로왕릉 - '제4의 제국' 가야史 정취 만끽

지난해 9월 전남 목포시 만호동 근대역사문화공간에서 열린 문화재 야행 행사 모습.
지난해 9월 전남 목포시 만호동 근대역사문화공간에서 열린 문화재 야행 행사 모습. /목포시
초가을 밤 과거로 떠나는 시간의 문이 다시 열린다. 고즈넉한 한옥 마당에서 별을 보며 차를 마시고, 개화기 살롱에서 스윙 댄스를 즐긴다. 전국의 가을 문화재 야행길에선 달빛이 먼저 말을 건다.

전남 목포에선 오는 20~22일 사흘간 오후 6~11시 '목포 문화재 야행' 행사가 열린다. 주무대는 만호·유달동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11만4038㎡)이다. 1897년 개항 이후 외국인 거주와 국제 무역이 본격화하는 목포의 근대 역사와 도시 발전 변화상, 주민 생활상이 오롯이 남은 곳이다. 1898년 세운 옛 일본 영사관(근대역사관 1관)은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옛 동양척식주식회사(근대역사관 2관)는 현재 남은 국내 동양척식회사 건물 두 곳(한 곳은 부산)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유달초교 내 옛 공립심상소학교는 목포에 현존하는 유일한 일제강점기 초등학교 건물이다. 이 세 건물 안팎을 포함해 동본원사(오거리문화센터), 목포진 역사공원, 경동성당 등에서 독립운동 이야기를 접목한 '나는 야(夜)! 독립군'을 비롯해 '근대 가요콘서트'와 '근대역사문화공간 팝업카드 만들기' '문화재 쿠키 만들기' 행사, '명창을 만나다' '100개의 손가락 피아노' 등 46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전주 문화재 야행'은 오는 21일부터 22일까지 전북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 일대에서 열린다. '문화재 술사의 8(八)야심작(夜心作)'이란 주제로 전주의 풍경·음식·예술 이야기가 펼쳐진다. 야행 기간 태조 이성계 어진(御眞·왕의 초상화)이 있는 전주 경기전은 화려한 조명으로 물든다. 경기전 돌담길을 따라 한지 등(燈)을 들고 걸으면서 명인·명창들의 공연과 서예·무용 퍼포먼스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조선의 왕으로 분장한 문화재 해설사가 경기전 일대를 돌며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왕과의 산책'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이야기 술사의 버스킹 담화'는 지난해 문화재 야행에서 큰 호응을 얻은 대표 프로그램이다. 고즈넉한 한옥 마당에 앉아 전통 차를 마실 수 있는 '달빛 차회'도 인기 프로그램이다. 올해 문화재 야행엔 구독자 12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나름이' 등이 공개 방송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전주 한옥마을의 야경과 역사를 소개한다.

지난 5월 전북 전주 풍남문(豊南門·보물 제308호) 주변에 설치된 한지 등(燈) 아래로 야행 관광객들이 밤마실을 다니고 있다.
지난 5월 전북 전주 풍남문(豊南門·보물 제308호) 주변에 설치된 한지 등(燈) 아래로 야행 관광객들이 밤마실을 다니고 있다. /전주시
인천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19 인천 개항장 문화재 야행' 은 오는 21일과 22일 중구 개항장 문화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문화재와 음악이 함께하는 가을 밤마실'이 주제다. 개항장 내 문화재와 문화 시설을 야간 개방하고 행사장 곳곳에서 다채로운 공연을 열어 초가을 개항장의 낭만을 더할 예정이다. 인천 개항박물관(옛 인천 일본 제1은행 지점) 맞은편에 개화기 살롱이 재현돼 흥겨운 스윙 댄스 거리 공연이 펼쳐진다.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호텔이자 개항 당시 각국 사교의 장이었던 대불호텔에서는 사교댄스와 스윙 댄스 등을 배울 수 있는 작은 무도회가 열린다.

인천 중구청 앞 개항장 거리에서 ‘문화재 야행’에 참가한 시민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②지난 5월 전북 전주 풍남문(豊南門·보물 제308호) 주변에 설치된 한지 등(燈) 아래로 야행 관광객들이 밤마실을 다니고 있다.
인천 중구청 앞 개항장 거리에서 ‘문화재 야행’에 참가한 시민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②지난 5월 전북 전주 풍남문(豊南門·보물 제308호) 주변에 설치된 한지 등(燈) 아래로 야행 관광객들이 밤마실을 다니고 있다. /인천관광공사
달빛을 벗 삼아 강릉의 문화재를 거니는 '강릉 문화재 야행'이 오는 27일과 28일 이틀간 강릉 대도호부관아와 명주동 일원에서 펼쳐진다. 강릉 대도호부관아는 고려 태조 19년(936년) 총 83칸 규모의 관사로 창건됐다. 조선시대까지 강릉의 행정 중심 공간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당시 강릉 공립보통학교가 세워지면서 객사문만 남기고 모두 철거됐다. 지난 1993년 강릉시청 신축을 위한 발굴 조사 과정에서 다량의 유구가 발견되며 문화재 복원이 시작됐고, 오는 2023년이면 복원이 마무리된다.

지난달 2일 강원 강릉시 명주동 일원에서 열린 ‘강릉 문화재 야행’에서 강릉 대도호부사 부임 행차 재현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2일 강원 강릉시 명주동 일원에서 열린 ‘강릉 문화재 야행’에서 강릉 대도호부사 부임 행차 재현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강릉문화원

이번 야행은 오는 27일 강릉 문화재 야행 특화 연희극인 '강릉부사 정경세'와 '강릉대도후부사 납시오' 공연으로 막이 오른다. 축제 기간 대도호부관아 내 문화마당에선 관노가면극(국가무형문화재 제13호), 강릉농악(국가무형문화재 제11-4호), 강릉학산 오독떼기(강원도무형문화재 제5호) 공연 등이 이어진다. 대도호부관아와 서부시장을 잇는 구간은 행사 기간 조선시대 장터를 재현한 저잣거리로 꾸며진다. 저잣거리엔 시민 보부상 100팀이 강릉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수공예품과 특산품 등을 판매한다. 올해는 강릉 문화재 야행 전용 휴대폰 앱이 제작돼 관광객들이 공연·전시·체험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경남 김해문화재야행은 가야의 역사 문화의 향기·정취를 만끽할 기회다. 오는 20~21일 '가야 왕도를 거닐다'란 주제로 행사가 진행된다. 문화해설사와 함께 달빛 아래 수로왕비릉·구지봉 등 유적지와 수로왕릉을 둘러보는 '달빛탐방', 수로왕릉 담장과 왕릉 내부에 가야 문양을 담은 초롱 조명을 감상할 수 있는 '가야초롱길', 수로왕과 허왕후·무사 대형 인형 퍼레이드 등으로 이뤄진 '가야는 살아 있다', 김해를 대표하는 장군차를 맛볼 수 있는 '가야살롱' 등 프로그램이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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