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독부의 개발 사업… '日 업자 배불리기'였다

조선일보
입력 2019.09.06 03:01

['식민지 근대화론' 비판 학술서 낸 도리우미 유타카]

일감 몰아주고 입찰금 뻥튀기까지… 조선인이면 1500엔에 하는 공사
日업자와 9000엔에 계약하는 등 부패·정경유착 끊이지 않아
"실제 임금은 기록의 절반에 불과… 조선인에게 이익 돌아가지 않아"

"일제 식민지 최고 권력기관 조선총독부와 일본인 토목 건설업자 사이 정경(政經) 유착과 부패 스캔들은 끊이지 않았다."

한국 역사학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면 차라리 덜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학술서 '일본 학자가 본 식민지 근대화론'(지식산업사)을 펴낸 일본인 역사학자 도리우미 유타카(鳥海豊·57) 한국역사연구원 상임연구원은 "일제의 근대화는 한국의 공업 발전보다는 일본인 토목 건설업자(청부업자)의 이익을 위한 대규모 토목 건설 산업에 편중됐다. 이 과정에서 총독부 출신 관리들이 직접 업자로 뛰어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확인한 일본 철도국과 체신국·조선총독부 등 관리 출신의 일본인 토목업자만 22명에 이른다. 도리우미 연구원은 일본 와세다대에서 학사·석사를 마친 뒤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리우미 유타카
/김지호 기자
일제가 1910년 한국을 강제 병합한 뒤 중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업이 철도 건설, 토목 공사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다. 1910~1939년 조선총독부 한 해 평균 예산(1억8571만엔) 가운데 19.3%(3579만엔)를 쏟아부은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도리우미 연구원은 "SOC 투자 금액의 63%를 차지하는 공사를 당시 한국에서 활동한 일본인 토목 건설업자 조직인 조선토목건축협회 회원들과 계약했다"고 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조선총독부가 일본인 업자들에게 토목 건설 사업을 배정했다는 것이다. 반면 조선인 건설업자들은 수의계약이나 철도국의 기술주임제도(현장 감독) 때문에 입찰에서 배제됐다.

그렇다 보니 일본인과 조선인은 자산 보유에서도 극심한 차이가 났다. 1928년 조선총독부 통계 연보〈그래픽〉에 따르면 일본인의 1인당 우편저금액은 56.46엔. 반면 조선인은 0.23엔에 불과하다. 무려 245배의 차이다. 도리우미 연구원은 "일제 시기의 경제 발전으로 조선인에게 이익이 돌아갔을 것이라는 가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 업자들의 '입찰금 뻥튀기'나 담합 같은 부패 스캔들도 끊이지 않았다. 담합은 업자들이 모여서 충분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낙찰받을 업자를 미리 결정하는 것. 1934년의 경성(京城) 토목 담합 사건 때는 검찰이 기소한 공사 건수만 32건, 총계약금은 1295만엔에 이르렀다. 심지어 조선총독부 교통국 과장도 "조선 업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담합"이라고 증언했다.

잡지 '개벽'은 1923년 성천강 제방 공사 당시 조선인 토목 업자라면 1500엔에 할 수 있는 공사를 일본인 청부업자와 9000엔에 계약했다고 폭로했다. 무려 6배의 '입찰금 뻥튀기'였던 셈이다. 도리우미 연구원은 "일제강점기에 많은 조선인이 토지를 잃거나 일자리가 없어서 간도 지방과 일본으로 살길을 찾아 나섰는데, 도리어 조선의 일본인 업자는 계속 증가했다"고 말했다.

국내 학계에서는 일제의 경제적 착취에 중점을 둔 '수탈론'과 식민지 시기 경제 규모 성장에 주목한 '식민지 근대화론' 사이에 논쟁이 뜨겁다. 도리우미 연구원은 '식민지 근대화론'에서 경제성장의 근거로 삼는 조선인 근로자의 일당(日當)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선총독부 통계 연보에는 일당 1엔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일본인 업자의 회고록과 법정 증언, 당시 기사 등을 근거로 "실제 현장에서 지급한 노임은 30~60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 차액만큼 일본인 토목업자들이 부당 이익을 챙겼고 이 때문에 부패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도리우미 연구원은 "조선총독부 통계의 조선인 임금은 현실보다 너무 비싸게 기록되어 있다"면서 "이 통계에 바탕한 일제 시기 경제 발전 수치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이 왜 일본을 비판하느냐'는 질문도 자주 받지만 "더 좋은 일본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