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아버린 신발엔 한 사람의 삶이 새겨져 있죠"

조선일보
입력 2019.09.06 03:01

'조지 컬리' 부츠계의 벤츠 '레드 윙' 총괄
서울에 매장 오픈하며 내한 "부츠는 삶을 압축한 이력서"

조지 컬리
살짝 팔을 걷어붙인 카키색 셔츠에 물 빠진 리바이스 청바지, 오렌지색 멜빵 옆으로 니콘 카메라를 어깨에 멘 그가 낡은 닷지 픽업트럭에서 내려 터덜터덜 걸어온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리프 주연 영화로 익숙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속 장면을 되짚어 보면 패션을 좋아하는 이들을 사로잡는 또 다른 순간이 온다. 영화 속 주인공이 신고 등장하는 레드 윙 부츠다. 황무지 비포장도로 위 먼지를 가르는 길이 잘 든 부츠는 중년의 중후한 매력과 닮아 있다.

"좋은 부츠는 한 사람의 인생을 대신 말해주고 있죠. 세월을 입어 상처가 나고 금이 가고, 주름져 닳아버린 신발엔 그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가가 새겨지게 되지요. 자연스럽게 나이 든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부츠를 통해 그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최근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과 함께 한국을 찾은 미국 클래식 부츠 '레드 윙'의 조지 컬리〈작은 사진〉 헤리티지라인 총괄대표는 "묵직한 세월의 멋을 얻기 위해 일부러 빈티지 제품을 찾는 젊은 층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고흐의 명작 '낡은 구두 한 켤레'(1886)처럼 구두는 인생의 경건함을 압축한 이력서(resume)라고 덧붙였다. 이력서의 '이(履)'가 '신을 신다'라는 뜻이었던 게 새삼 떠올랐다.

레드 윙 부츠 사진
/레드 윙

1905년 미국에서 탄생한 레드 윙은 군용 부츠, 공식 우체부 부츠 등으로 지정되며 명성을 얻었다. 배우 말런 브랜도를 비롯해 데이비드 베컴, 올랜도 블룸과 라이언 고슬링 등이 애용하면서 '워크 부츠(work boots·작업용 구두)계의 벤츠'란 애칭도 붙었다. 컬리 대표는 "질 좋은 소가죽에 바느질로 구두 밑창을 붙이는 '굿이어 웰트' 기법으로 밑창을 쉽게 새것으로 교체할 수 있어 평생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트렌드를 좇기보다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을 지향한 것이 생명력 있는 브랜드로 남을 수 있었다"고 했다. 100여년 전 스타일을 찾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유명 힙합 뮤지션인 '찬스 더 래퍼'가 2년 전 남성지 커버를 찍으면서 루이뷔통 재킷과 구찌 바지에 레드 윙 슈즈를 신은 걸 보고 아들이 '이거 당장 살 수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네 눈앞에 있잖아!'라고 말해줬죠. 제가 10년 넘게 신고 다녔던 걸요. 다음 날 보니 어느새 제 아들 발에 신겨 있더군요. 어쩌면 또 대를 이어 선택받을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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