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조국 딸 제1저자' 그땐 맞고 지금은 틀렸을까

입력 2019.09.04 14:41 | 수정 2019.09.05 08:49

조국 딸은 ‘논문 제1저자’ 자격 있나
"제1저자’는 연구에 가장 많이 기여한 사람"
"단순 영어 번역은 저자 자격 조건 해당 안돼"
조국 "당시 기준 모호" VS "2007년부터 연구윤리 위반"

"(단국대) 장모 교수 인터뷰를 보니 제 아이가 놀랍도록 (인턴 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하고, 우리 아이가 영어를 좀 잘 하는 편인데 실험에 참석하고, 연구원들의 연구성과를 영어로 정리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 것 같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딸 조모(28)씨가 한영외고 재학 시절 2주 가량 인턴을 하고 단국대의 SCIE급 병리학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된 것에 대해 이같이 해명했다. 조 후보자는 "지금 보면 이상하다. 내가 봐도 그렇다"면서도 "지금은 안되지만 당시 시점에선 제1저자, 2저자 판단 기준이 느슨하거나 모호했던 것 같다"고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시작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시작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조씨의 단국대 논문은 이후 고려대 입시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조씨는 과연 ‘제 1저자’ 자격이 있었을까.

◇논문 ‘저자 자격’은 무엇?…4가지 요건 갖춰야 충족
의학논문 출판윤리상 통상적으로 제 1저자는 논문 초안과 연구에 가장 많이 기여한 자를 말한다. 대한의학회 산하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과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위원회(ICMJE)의 ‘저자 자격’(authorship) 기준에 따르면 '논문 작성에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제1저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의 자녀가 의학논문 제1저자에 해당하는 기여를 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의 자녀가 의학논문 제1저자에 해당하는 기여를 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ICMJE는 저자 자격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연구의 구상이나 설계에 실질적인 기여, 또는 자료의 획득·분석·해석 ▲연구 결과에 대한 논문 작성 또는 중요한 학술적 부분에 대한 비평적 수정 ▲출판되기 전 최종본에 대한 승인 ▲연구의 정확성 또는 진실성에 관련된 문제를 적절히 조사하고 해결할 것을 보증하며 연구의 모든 부분에 책임을 지는 것에 동의 등 4가지 항목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저자로 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고교 1학년생이었던 조씨는 실험 보조로 12일간 논문 작성에 참여한 뒤 논문의 제1저자로 등록됐다. 국내 의료 분야 최고 학술기구인 대한의학회는 조씨의 논문에 대해 "실제 이 연구가 진행된 시기와 제1저자가 연구에 참여한 시기를 고려하면 조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이 저자 기준에 합당한 지 의심스럽다"면서 "책임저자가 최종 결정하는 원칙이 어떻게 적용됐는지 살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단국대 당국과 대한병리학회는 이 문제에 대해 사실을 규명하고 의학연구 윤리의 정도(正道)를 확립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했다.

◇ 영어 번역만으로는 제1저자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영어 번역이라는 ‘언어적인 도움'은 전문성이 최우선인 논문에 있어, 기여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실제 ICMJE 가이드라인에서도 단순 언어도움은 저자 자격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의학 논문은 환자의 생명을 살린다는 의학의 본질과 사명, 권위를 지켜야 한다"며 "‘언어적인 도움’으로 기여도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윤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의학 논문 제1저자 기재 논란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의학 논문 제1저자 기재 논란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ICMJE에서 요구하는 저자 자격 요건을 한 가지라도 충족하지 못하는 저자는 기여자(non-author contributor)로 간주한다. 언어교정, 연구비 관리, 행정 지원, 원고 정리 등의 업무다. 단순 번역 작업의 경우 저자보다는 기여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의학계의 입장이다.

조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성실한 고등학생이 2주간 실험실 생활을 열심히 하고 지도교수의 도움을 받는다면 충분히 쓸 수 있을 간단한 내용’이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하지만 조씨가 참여한 논문은 약물 대사(代謝) 관련한 실험에 관한 것으로, 각각 다른 대사를 측정하고 확인해야하는 복잡한 실험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여러 번 시행착오를 해야 하는 수준이 높은 실험"이라면서 "대학생에게도 어려운 시험으로 대학원생 정도는 돼야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2007년부터 연구윤리 위반
조 후보자의 딸은 지난 2007년 단국대 의과학 연구소에서 약 2주간 인턴활동을 한 후 해당 연구결과를 담은 2009년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됐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당시에는 제1저자와 제2저자 판단 기준이 느슨하거나 모호하거나 책임교수의 재량에 많이 달려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허용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연구윤리가 갑자기 강화된 게 아니라 (2005년)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점점 엄격해졌는데 당시 시점엔 그랬다"고 했다. 지금은 조씨를 제1저자로 올려선 안되지만 당시엔 가능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3일 "(당시) 과학기술부의 훈령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은 지난 2007년부터 시행 중이었다"며 "등재 당시에도 연구윤리 위반이었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시행된 과기부 '연구윤리 지침' 제4조 제1항 제4호는 연구 부정 행위로서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를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연구내용 또는 결과에 대해 과학적·기술적 공헌 또는 기여를 하지 않은 자에게 감사의 표시나 예우 등을 이유로 논문저자 자격을 부여하는 행위'를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라고 했다. 결국 지난 조씨의 논문은 당시 기준으로도 연구윤리 위반인 셈이다.

◇의협 "소속 속인 것도 윤리적 문제"
논문과 관련해 조씨의 소속 표기도 연구윤리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씨는 논문에서 소속기관을 '한영외고'가 아니라, 단국대 논문은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공주대 논문은 '공주대 생물학과'로 표기했다.

의협 관계자는 "소속 오기입은 논문 자체가 위조이고, 취소되는 중대한 문제"라며 "소속도 명확하지 않은 업적이 (대학) 입학사정관까지 통과해 인정된 것"이라고 했다.

대한병리학회는 오는 5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조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의학논문의 처리방안을 논의한다. 논문 작성과 등재 과정에서 절차적·윤리적 위반이 있는지가 핵심이다. 장 교수에게 소명요청서를 보낸 대한병리학회는 4일까지 장 교수로부터 해명을 받아본다는 방침이다. 병리학회는 소명 내용에 따라 논문 직권 취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일 조씨가 제1저자로 등재돼 논란이 된 대한병리학회 논문을 자진 철회하라고 연구 책임자였던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에게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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