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고스펙에 놀라…저도 아이 있지만 어떻게 가능한지 상상 안가"
"대학의 기능, 어려운 학생 계층 상승하는 것…점점 이런 기능 약해져"
조국 딸, 어려운 가정 형편 학업 지장 없도록 만든 규정 이용해 장학금 수령 논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14년 대중 상대 강연에서 "대학 수험생 입시 관리를 하다 보면, 어떻게 이런 스펙을 만들어 오지, 하며 놀랄 때가 많다"며 "영어 인증 성적은 물론, 여러 종류의 높은 수준의 발명특허를 딴 고등학생도 있었다 하더라. 저도 아이가 있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상상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후보자 딸(28)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2주간 인턴 활동을 한 뒤, SCI급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되는 등 화려한 스펙을 쌓았다. 조 후보자가 이 강연을 했을 때는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해 입학을 기다리던 때였다.
조 후보자는 2016년 11월 진중권 동양대 교수, 서경식 일본 도쿄게이자이대학 교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부교수, 박상훈 후마니타스 이사 등과 함께 '치유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광주트라우마센터가 2013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 중 10개를 추려 펴낸 것이다.
조 후보자는 2014년 12월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양극화를 넘어 경제 민주화로'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 이 때 조 후보자가 대학 입시 관리 경험을 얘기하며 '저도 아이가 있지만 어떻게 이런 스펙을 만들어 오지, 놀랄 때가 많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당시 조 후보자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휴학한 상태에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합격 통지서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조 후보자의 딸은 한영외고 재학 때부터 서울대 법대, 단국대 의대, 공주대 등에서 인턴을 하고,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되는 등 화려한 스펙을 만들었다. 조 후보자 강의대로라면 '놀랄 만한' 스펙이란 지적이 나올 만한 수준이다. 조 후보자 딸은 이런 스펙 일부를 고려대 입학 때 자기소개서에 포함시켰고, 합격했다. 딸은 이후 고려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거쳐 부산대 의전원에 진학했다. 그런데도 조 후보자는 학생들의 화려한 스펙 만들기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대중 앞에서 강의한 것이다.
'치유의 인문학'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당시 강의에서 자신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와 현재의 현실을 비교하고, 현 상황을 개탄했다. 조 후보자가 쓴 원문은 다음과 같다.
"저희 서울대 교수 동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만약 지금 우리가 수험생이면 서울대에 못 들어왔겠다.' 대학 수험생 입시 관리를 하다 보면, 어떻게 이런 스펙을 만들어 오지, 하며 놀랄 때가 많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이면 도저히 그런 스펙을 만들어 오지 못할 것 같아서요. 영어 인증 성적은 물론, 여러 종류의 높은 수준의 발명특허를 딴 고등학생도 있었다 하더군요. 저도 아이가 있습니다만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상상이 안 됩니다."
조 후보자는 그러면서 대학이 더 이상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소득 계층별 교육비 지출에 대해 상위 20%와 하위 20%를 비교한 자료를 봐도, 1990년에 7만원 정도 차이 나던 격차가 계속 벌어져 2010년에는 5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다. 현재의 격차는 하위 20% 소속 학생 개인이 노력해도 극복 가능한 격차가 아니다. 이러니 '교육 양극화'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학의 여러 기능 가운데 하나가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에 들어와서 졸업을 하면 계층 상승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점점 이런 대학의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고도 했다.
조 후보자의 딸은 2015년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한 뒤 두 차례 유급을 했지만 6학기에 걸쳐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학교 외부에서 주는 장학금이었다. 신상욱 부산대 의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외부 장학금 성적 미달 예외 조항은 조 후보자의 딸이라는 특정인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어려운 가정 형편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학업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라고 한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2014년 강연에서 "대학의 기능이 어려운 학생이 계층 상승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것을 돕기 위한 장학금을 신고 재산만 56억원에 달하는 조 후보자 딸이 받은 것이다.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딸이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데 대해 "(지도교수가) 저희 아이가 놀랍도록 열심히 했다고 한다"고 했다.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에 대해서는 "저희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려고 해서 격려 차원에 준 것이라는 그런 얘기를 한 것을 봤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대학생들 사이에선 "교육 양극화를 개탄하며 대학의 계층 상승 기능을 역설했던 조 후보자가 지금의 조 후보자가 맞느냐"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