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사진〉 주한 미국 대사가 몰디브에서 열리는 인도양 콘퍼런스(IOC)에 참석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비전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지난 1일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3~4일 열리는 IOC에는 참석하고 4~6일 열리는 국방부 주최 서울안보대화(SDD)에는 불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한·미 관계의 난기류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미 조야(朝野) 일각에선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중단과 주한 미군의 감축·철수 등 한·미 군사 동맹의 재조정 필요성도 제기됐다.

2일 국방부와 주한 미 대사관 등에 따르면, 올해로 8회째를 맞는 SDD에 미측에서 주요 당국자를 파견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 미국에서는 차관보급이 참석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미 국방부에서 불참을 통보함에 따라 해리스 대사 참석을 타진했으나 이 역시 급박한 일정 탓에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달 28일 우리 외교부에 불려와 '불만 표시 자제' 요구를 받은 뒤 국내 안보 관련 행사를 잇달아 불참·취소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한·미 군사동맹의 재조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진보 성향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론 선임연구원은 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은 그동안 '매우 크고 강력한' 동맹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해왔지만, 재원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는 논의해볼 만하다"며 "북침 연습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대규모 훈련을 중단하거나 이를 소규모 훈련으로 나눠서 실시하는 것은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인 케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 선임연구원은 이 방송에서 "모든 면에서 북한보다 훨씬 앞선 한국은 더 이상 미군을 필요로 하지 말고 병력과 장비 등을 스스로 충당해야 한다"며 "미국은 억지력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워싱턴의 대다수 전직 관리·전문가 그룹은 여전히 주한 미군 감축이나 한·미 연합 훈련 축소에 반대하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달라진 동북아 안보 지형을 감안해 한·미 동맹 재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된 것이지만, 그 전제는 동맹을 현실화해서 더 강화하자는 것"이라며 "동맹을 돈으로 환산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동맹 재편론은 우리에게 상당히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돈 낭비"라며 한·미 연합훈련은 폄훼하면서, 일본·호주 등과의 군사훈련은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일은 올해 처음으로 전시(戰時) 증원연습(RSOI)을 진행하는데, 한·미는 북한 비핵화 협상을 이유로 RSOI(키 리졸브 연습)를 지난 3월 폐지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지소미아 파기 국면에서 미측이 그간 균형을 유지해온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 사이에서 미·일 동맹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지금 동맹 재편론이 나오는 것은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