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가 지난 주말 폭력적인 양상으로 '반중(反中)' 성격을 뚜렷하게 드러낸 데 이어 2일 총파업(罷工), 동맹 휴업(罷課), 영업 중단(罷市) 등 '3파(三罷) 투쟁'을 이어갔다. 중국 당국은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며 무력 개입을 경고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개학일인 2일 홍콩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학생 수천명이 등교를 거부했다. 이들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완전 철폐 등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동맹 휴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10대 고등학생은 마스크와 방독면을 쓰고 '광복 홍콩, 시대 혁명'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날 오후 홍콩 타마르공원에서는 노조 단체인 홍콩직공회연맹이 지원하는 총파업 집회가 열려 수천명이 참여했다. 의료 등 21개 분야 근로자들은 3일까지 이틀간 파업을 할 예정이다. 시위대는 상점을 닫는 철시, 불매 운동 등도 펼치겠다고 밝혔다.

홍콩 의료진 "경찰 폭력이 부끄럽다" - 홍콩 퀸메리 병원 의료진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완전 철폐 등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연대를 표시하기 위해 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경찰의 폭력이 매우 부끄럽다' 등의 문구가 적힌 인쇄물을 손에 들고 병원 복도에 서 있다. 이날 일부 고등학생·대학생과 전문직들이 송환법 철폐와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등교 거부와 파업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주 경제계 인사들과 나눈 비공개 회동 녹음을 입수했다며 람 장관이 "선택할 수 있다면 사퇴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람 장관은 이 자리에서 "(홍콩 사태가) 주권과 안보라는 국가적 수준의 문제가 됐다"며 "(내가) 정치적으로 풀 공간이 매우 적다"고 말했다.

2일 오전 한국의 중·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홍콩 잉와(英華)칼리지 앞에는 학생 30여명이 등교를 거부한 채 시위를 벌였다. 두 달간 방학을 마치고 등교하는 첫날이었지만 학생들은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교문 앞에서 송환법 철폐 등을 요구했다. 차이완 지역에서는 인근 3개 고등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등 500여명이 홍콩 시위대를 상징하는 검은 옷을 입고 650m 길이의 인간띠를 이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모교인 세인트프란시스 캐노시안 칼리지에서도 학생 8명이 등교 거부 시위를 벌였다.

등교 거부를 추진한 학생들은 애초 200여 중·고등학교에서 총 1만명이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은 첫날인 이날 오전 홍콩 에든버러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만 230개 학교, 4000명이 참석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밝혔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10대들이 시위 주력군으로 등장하는 양상이다.

홍콩 11개 대학 학생 수천명도 이날 홍콩중문대에 모여 '3파 투쟁'을 지지하고 2주간의 동맹 휴업을 결의했다. 연단에 선 한 여학생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평화로운 혁명을 불가능하게 하는 사람은 폭력 혁명을 불가피하게 만든다"고 했다.

의료·항공·사회복지 등 21개 분야 근로자들은 이날부터 이틀간 송환법 폐지 등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다만 홍콩을 마비시켰던 '8·5 총파업' 때보다는 영향이 적었다. 8·5 총파업 당시에는 항공관제사 등을 포함해 20여개 업종 50만명이 파업에 참여해 항공기 230여편이 취소되고 지하철 8개 노선 대부분의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홍콩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폭력 행위를 비난했다. 홍콩 경찰은 "폭력 행위가 질병처럼 만연하고 있다"며 "6월 이후 총 111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인민일보는 논평에서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며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은 돌로 자기 발만 찍을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