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엘긴 마블'이 뭐길래

입력 2019.09.03 03:00

그리스·영국, 또 반환 신경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영국 잡지 업저버와의 인터뷰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한 가지 공개 제안을 했다. "'엘긴 마블'을 장기 대여 방식으로 돌려달라. 그러면 그리스 밖으로 한 번도 나간 적 없는 값진 예술품들을 대영박물관이 전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초타키스가 말한 '엘긴 마블'이란 파르테논신전에 있던 대리석 조각상〈사진〉을 뜻한다.

파르테논신전에 있던 대리석 조각상
약 2500년 전에 만들어진 파르테논신전의 외벽에는 좌우로 163m에 걸쳐 수십 개의 사람 모양 조각이 줄지어 부조(평면에 입체적으로 형상을 조각하는 기법) 형태로 붙어 있었다. 영국인들은 1801~1812년 사이 부조 길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구간을 통째로 뜯어낸 것을 비롯해 이 기간 200점이 넘는 파르테논신전의 다른 조각품도 하나둘 런던으로 옮겨 대영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당시 그리스는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 조각상을 런던으로 옮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대사였던 토머스 엘긴이었다. 그의 이름을 따서 파르테논신전에서 가져온 조각품들을 '엘긴 마블(Elgin Marbles)'이라고 부른다. 문화재 약탈자라는 비판을 들은 엘긴은 오스만제국으로부터 조각상을 떼어낼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파르테논신전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어 런던으로 옮기는 것이 인류 유산의 보존이란 측면에서 더 낫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는 1821년부터 독립전쟁을 벌여 1832년 독립을 쟁취했고, 이후 엘긴 마블을 돌려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부와 대영박물관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취임한 미초타키스는 무조건적인 반환을 요구하던 과거 정부와 달리 장기 대여 형식으로 돌려받고, 다른 예술품을 대영박물관이 전시할 수 있게 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일간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했다.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존슨은 고대 그리스 문화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1986년 옥스퍼드대 토론 클럽 회장 시절 당시 그리스 문화부 장관을 초청해 엘긴 마블 반환 문제를 놓고 토론을 주최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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