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선 일본풍 조형물 철거… 경기도는 '전범 기업 스티커' 통과

입력 2019.08.31 03:00

관광명소로 홍보했던 개항장 거리의 인력거 동상·고양이상
인천 중구청, 일부 시민단체 없애라는 요구에 시설물 치워

인천시 신포로 중구 청사 앞에는 인력거를 끄는 남성 동상과 일본의 행운의 고양이(마네키네코) 조형물이 있다. 인천 중구가 100년 넘은 옛 건물들이 남아 있는 이 일대를 근대 모습을 간직한 '개항장 거리'로 조성하면서 각각 1900만원과 800만원을 들여 설치해놓았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 계정 등에 올려놓으면서 개항장 거리의 명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 동상과 조형물을 볼 수 없게 됐다. 최근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서 없애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구청이 30일 오후 전격 철거했기 때문이다. 중구는 이날 지게차 등 장비들을 현장으로 보내 동상과 조형물을 뽑아서 구청 창고로 옮겼다. 김재익 중구 부구청장은 "요즘 분위기에 구청 바로 앞에 일본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이 많아 철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인천 중구 관계자들이 구 청사 앞 개항장거리에 설치된 인력거 끄는 남성 동상의 철거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길 건너편으로 일본 행운의 고양이 조형물이 보인다. 동상과 조형물은 철거 뒤 구청 창고로 옮겨졌다.
30일 오후 인천 중구 관계자들이 구 청사 앞 개항장거리에 설치된 인력거 끄는 남성 동상의 철거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길 건너편으로 일본 행운의 고양이 조형물이 보인다. 동상과 조형물은 철거 뒤 구청 창고로 옮겨졌다. /이진한 기자

일본인, 일본 정부와 무관하게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홍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들인 시설까지 철거해야 할 정도로 반일(反日)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동상과 고양이 조형물은 중구가 지난 2014년 설치했다. 이 일대가 1883년 제물포항 개항 뒤 일본 조계지가 들어섰던 곳이고, 100년 넘은 오래된 건물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중구는 개항장 거리를 찾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잡아끌 만한 볼거리를 물색 중이었다. 앞서 중구는 지난 2007년 4억3000여만원을 들여 구 청사와 주변 일대를 개항장 거리로 꾸몄다. 구청 정문 앞 건물 14곳을 일본풍으로 리모델링해 주변 목조 건물들과 함께 일본을 느낄 수 있는 거리로 만들고, 중구청 문화관광과가 그중 한 곳에 입주했다.

개항장 거리는 서쪽 차이나타운과 함께 중구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인천시와 중구는 매년 봄·가을 두 차례 이곳에서 '인천 개항장 문화재 야행' 축제를 개최한다. 인천시는 "이국적이면서도 복고 감성을 느끼게 하는 곳"이라며 개항장 거리를 홍보했다. 하지만 최근 한·일 관계 악화로 반일 분위기가 팽배해지자 일부 언론과 향토 사학자,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고양이 조형물과 동상을 철거하라는 요구가 잇따랐고, 중구 관계자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즐거운 사진 찍기용' 소품으로 강제노역 중인 조선 청년의 인력거 대신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도록 도와달라"는 청와대 청원도 올라왔다.

정작 동상과 조형물을 치워달라는 주민이나 관광객들의 요청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시민 단체에서 동상과 조형물을 시대착오적 발상 등으로 비난하면서 철거 여론이 끊이지 않자 구 관계자들은 철거를 결정하고 즉시 실행했다.

중구는 철거한 동상과 고양이 조형물을 당분간 창고에 보관할 예정이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설치했고, 실제로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만큼 반일 여론이 잦아들면 재설치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익 부구청장은 "아직 어떻게 처리할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일부 상인은 철거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인근의 한 식당 주인은 "중국 분위기가 물씬 나는 차이나타운이나 일본풍의 이곳 개항장 거리나 주목적은 관광객 유치 아니냐"며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되는데 왜 철거하겠다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내 전범기업 제품에 인식표… 與가 장악한 본회의 통과도 유력
전범기업제품 구매 제한 조례안, 서울시의회도 내달 본회의 상정

일본 전범 기업 생산 제품 인식표

경기도 각급 학교가 보유한 일본 전범 기업 생산 제품에 인식표(스티커·사진)를 붙이도록 하는 조례안이 30일 도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조례안은 도의회 의석의 95%를 장악한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어 본회의 통과가 유력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도의회 제1교육위원회는 30일 임시회에서 '경기도교육청 일본 전범 기업 기억에 관한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국무총리실이 발표한 명단을 근거로 현존하는 284개 전범 기업에서 만든 20만원 이상의 비품에 대해 전범 기업 제품임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일 수 있도록 했다. 이 조례안은 원래 더불어민주당 황대호 의원이 지난 3월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관제 민족주의에 근거한 발상으로 외교·통상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의회는 심의를 보류했다.

황 의원은 동료 의원 42명(민주당 41명, 정의당 1명)과 이달 중순 재발의했다. 스티커 부착을 의무화했던 것을 학생들이 자율 결정하도록 하는 등 문안을 수정했다. 그러나 학교 비품에 대해 전범 기업 제품이라는 스티커를 붙인다는 핵심 내용은 그대로다. 조례안은 다음 달 10일 본회의에서 다루지만 통과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의회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조례안이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 홍성룡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울시·서울시교육청 일본 전범 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 조례안'이 다음 달 초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 조례안 역시 지난 1월 발의됐다 논란 끝에 보류된 뒤 문안을 고쳐 재발의됐다. 당내 부정적인 기류가 적지 않았으나 최근 시의회 의석의 93%를 장악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됐다. 부산시의회에서도 이날 '부산시·부산시교육청 일본 전범 기업 제품 공공 구매계약 및 표시에 관한 조례안'이 각각 기획행정위원회와 교육위원회에서 가결됐다. 경기도·서울시의회와 마찬가지로 문구를 수정해 의무 조항을 권고 조항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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