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팩트 아닌 느낌으로 사람 평가하는 까닭은

조선일보
  •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입력 2019.08.31 03:00

느낌의 진화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그 사람 어때?"

한 사람을 판단할 때 우리는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을 내릴까? 우리 뇌는 한 사람에 대해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해석해 판단하고자 노력한다. 한 사람의 얼굴·생김새·몸짓 등 비언어적 신호를 해석하고, 그 사람이 했던 말과 행동 등을 분석하면서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우리 뇌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제법 객관적인 기준을 지니고 판단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개인적 경험으로도 알고 있듯이, 사실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팩트에 바탕을 둔 객관적 평가를 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얼굴과 외모가 눈에 띄게 매력적이거나, 주변 사람들 평판이 아주 긍정적인 사람에 대해서 우리 뇌는 처음부터 다른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 뇌는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객관적 평가 잣대를 대지 않는다. 누군가에 대해 가지게 되는 전반적인 '느낌'을 기반으로 판단한다. "어, 그 사람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말할 때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를 통해 그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전반적 느낌을 기반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느낌의 진화

대체 왜 우리는 이러한 '느낌'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일까? 세계적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바로 이 부분에 대해 그의 책 '느낌의 진화'(아르테)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원제목인 'The strange order of things'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왜 우리 뇌가 외부 세상의 환경적 변화 정보를 사실을 최우선 바탕 삼아 처리하도록 진화하지 않고 내면의 느낌과 감정을 중심으로 판단하도록 진화했는지 질문한다.

그가 제시하는 답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사실에 의거한 정보 처리와 판단은 나와 내 밖의 타인, 그리고 다른 세상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그러나 감정과 느낌에 의거한 판단은 나와 내 밖의 타인을 연결하고, 그로부터 공감과 이해, 협력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사람끼리 이러한 '느낌'과 감정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사회·철학·정치·예술·과학 문명 등이 탄생할 수 없었다고 다마지오는 말한다.

누군가를 판단할 때 느낌만으로 판단한다면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좋은 느낌이 있다면 이 사람과 내가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반대로 안 좋은 느낌이 있다면 이 사람과는 연루되기가 싫은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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