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국방색 벗고 초록색 공원도시로

입력 2019.08.30 03:00 | 수정 2019.09.02 02:09

[뜬 곳, 뜨는 곳] 대규모 공원 속속 생기는 의정부

작년 11월 직동공원 개장 이어 축구장 100개 크기 공원 최근 생겨
숲 원형 살려 둘레길·쉼터 만들고 곳곳 테마공간 조성… 평일도 북적
공원 부지 일부에 아파트 짓고 수익금을 공원 조성 비용으로 써
올 상반기에만 30여곳서 벤치마킹

시인 천상병(1930~1993)은 대표작 '귀천'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이라는 시구로 삶을 소풍에 비유했다. 시에서 착안해 이름을 붙인 '소풍길'이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다. 의정부는 시인이 생의 말년을 보내며 인연을 맺은 곳이다. 소풍길 주변으로 수락산, 북한산, 도봉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중랑천과 부용천 물길이 가로지른다. 해마다 봄이면 소풍길 일대에서 천상병 예술제가 열리고, 산과 천변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사계절 끊이지 않는다.

의정부 소풍길 풍경이 더욱 아름답고 산뜻해졌다. 지난해 11월 직동공원(의정부동)이 문을 연 데 이어 석 달 전에는 추동공원(신곡동)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두 곳은 여느 도시 공원과 확연히 다르다. 우선 널찍하다. 추동공원은 축구장 100개 넓이(71만3000㎡)고, 직동공원은 축구장 48개 넓이(34만3000㎡)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렸다는 공통점도 있다. 산자락과 우거진 숲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그 사이로 둘레길을 내고 쉼터를 들였다. 사계절 화초류로 꾸민 추동공원의 '연포지목원'과 소풍을 주제로 한 직동공원의 '피크닉 정원'처럼 테마 공간도 곳곳에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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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 추동공원 내 도당화원 전경. 울창하게 우거진 숲 한가운데 산책길과 쉼터 등이 아기자기하게 조성돼 있다. 축구장 100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면적을 자랑하는 이 공원은 지난 5월 개장했다. /오종찬 기자
공원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산책 나온 시민과 나들이객들로 북적인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산길을 걷는 직장인도 쉽게 볼 수 있다. 주민 김태희(41)씨는 "전에는 버려진 뒷동산이었던 곳이 산뜻한 쉼터로 변신한 뒤 아이들과 자주 산책을 나온다"고 말했다.

두 공원은 특별한 건립 방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거액의 조성 비용이 들었지만, 시 예산을 한 푼도 쓰지 않은 것이다. 추동공원과 직동공원 조성에는 각각 1500억원, 1400억원이 투입됐다. 의정부시 연간 공원 조성 예산(30억원)의 100배에 육박한다. 이 비용은 민간 자본으로 전액 충당했다. 전체 공원 부지 중 일부에만 아파트 단지를 짓고 여기서 나온 이익금을 공원 조성에 쓴 것이다. 시와 민간 사업자가 아파트 건립 초기 단계부터 긴밀히 협의해 가능했다. 이 방식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공원일몰제 때문이다.

공원일몰제는 20년 이상 공원으로 지정된 사유지 중 지방자치단체가 사들이지 않는 땅에 대해 공원 지정을 무효화하는 제도다. "정부가 개인 땅을 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보상 없이 장기간 내버려두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1999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이듬해 도입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공원일몰제 시행으로 전국에서 서울시 면적의 56%(340㎢) 넓이의 공원 부지가 사유지로 풀리게 돼, 전국적으로 난개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의정부시는 이런 상황에 일찍 대비했다. 민간인 소유 공원 부지를 개발할 때는 총 대상 사업지의 최대 30%는 비공원시설로 개발해 얻은 수익으로 최소 70% 이상을 공원 부지로 조성한 뒤 지자체에 무상 기부한다는 도시공원법 특례조항을 눈여겨봤다. 2009년에 신설됐지만, 그간 이를 적용해 공원을 조성한 지자체가 없어 사실상 사문화 규정이었는데, 의정부시는 이 조항을 근거로 2011년부터 직동·추동 공원 조성을 추진했다.

의정부에 새로 생긴 공원의 볼거리 그래픽
그래픽=김하경

이제껏 공원과 아파트 건설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어 진행한 행정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의 배를 불리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시민들의 반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는 주민설명회를 열어 "세금 낭비 없이 난개발을 막고 공원을 만들 수 있는 대안"이라는 논리로 적극 설득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곳이 추동·직동공원이다. 시 관계자는 "아무런 조치 없이 일몰제가 적용됐을 경우 두 공원 자리는 숙박업소, 고물상, 주유소, 묘지 등으로 난개발 됐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행정 경험을 쌓은 것은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공원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원 부지를 매입할지 고민하고 있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최근 잇따라 의정부를 찾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경기 수원시, 충남 서산시 등 30여곳에서 추동공원과 직동공원으로 담당자들을 견학 보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가 공원일몰제 때문에 전전긍긍할 동안에 의정부가 적극적 행정으로 선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의정부시는 추동·직동 공원을 조성한 방식으로 세 번째 공원인 '발곡공원'을 조성한다. 잡풀이 무성한 의정부 경전철 발곡역 인근 6만5000여㎡ 부지에 민간 자본 322억원을 투입해 2021년까지 놀이·운동·휴양 시설을 고루 갖춘 산뜻하고 넓은 공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자연공원은 시민 삶의 수준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장소"라며 "의정부의 성공적인 공원 조성 사례가 전국에 널리 활용되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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