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다른 나라 주권행위에 쉽게 이야기 말라" 美에 공개 반박

조선일보
입력 2019.08.29 03:07

[韓美 정면충돌]

靑핵심관계자, 美국무부가 독도훈련 비판하자 맞대응 브리핑
김현종 "국제질서 소용돌이, 우리 국익 위한 외교공간 창출해야"
일본엔 "아베총리, 우리를 적대국 취급… 지소미아 명분 없다"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와 독도 방어 훈련까지 문제 삼자 청와대가 28일 이례적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일본은 이날 수출심사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배제 조치를 시행했고, 미국은 우리 정부에 노골적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자 정부는 "독도는 누구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땅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것이다.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미·일 두 우방과 동시에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전례가 드물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독도는 누구의 땅이냐, 누구에게 인정받아야 될 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국가가 자국의 주권, 안위를 보호하기 위해 하는 행위에 대해 쉽게 이야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이날 한국의 독도 방어 훈련을 놓고 "우리는 그 훈련이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했다. 독도 문제에 중립을 지켜온 미국이 이례적으로 불만 표시를 한 것이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이 공개적으로 "실망했다"고 했을 때만 해도 "실망하는 걸 이해한다"며 맞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 독도 훈련까지 문제 삼자 '주권 침해'라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

김현종 “주도적 안보역량 강화해야” -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8일 춘추관에서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차장은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안보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자주 국방’을 강조했다.
김현종 “주도적 안보역량 강화해야” -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8일 춘추관에서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차장은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안보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자주 국방’을 강조했다. /뉴시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금 국제 질서는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면해 있다. 우리 국익을 위한 외교적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며 지소미아 파기를 비판하는 미국에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 동맹 균열로 이어지고 우리 안보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은 틀린 주장"이라며 "안보에 있어 우리의 주도적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일본은 물론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줄여가겠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 이후 '자주 노선'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국익' '주도적 역량' '한·미 동맹의 업그레이드'를 여러 번 내세웠다. 김 차장은 "국제 질서에서 다자(多者)주의가 퇴보하고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조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미국의 국무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미국이 밝힌) '실망'은 미국이 동맹국과 정책 차이가 있을 때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표현으로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며 한·미 갈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청와대와 백악관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국무부나 국방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켜보자"며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청와대가 백악관에 전달한 '지소미아 파기 배경'에 대해 백악관이 미 국무부와 국방부에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 같다는 의구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불만 표출은 백악관과 국무부의 이견 등 미국 국내 사정 때문이지, 한국에 대한 불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청와대와 백악관은 안보실장급에서 이 문제로 아홉 번 통화하는 등 충분히 의사소통을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미국에는 우회적 불만 표출을 하면서 일본에 대해선 "우리를 적대국 취급하고 있다"며 공세를 강화했다. 김 차장은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한국이 역사를 바꿔 쓰려 하고 있다'고 했지만 역사를 바꿔 쓰는 것은 일본"이라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우리를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고 두 번이나 언급하며 우리를 적대국 취급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된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유지할 명분은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효력이 종료되는 11월 이전에 파기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에 대해선 일본의 변화를 전제로 문을 열어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 원인은 일본이 한국에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했기 때문"이라며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다. 원인 해소가 먼저"라고 말했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를 전제로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은 수출 규제를 계속 강화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소미아 번복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으로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왜 필요한지에 대해 저희도 논의하고 있지만 지금 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