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정규직은 싫다" 14개 공항서 파업 결의

조선일보
입력 2019.08.27 03:00

김포공항 등 청소·경비직 900명 "기대만큼 처우 나아진 게 없다… 추석 이후 공동 파업 벌일 것"
'대통령 1호 지시' 곳곳서 잡음

26일 정오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터미널 앞 택시 승강장에 '자회사 분할 결사반대' '온전한 정규직 전환 촉구' 등 플래카드를 든 10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임금 인상 등 혜택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공항공사(KAC)의 자회사로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내 모든 공항의 청소·경비 등을 담당하는 'KAC 공항서비스' 직원들이다. 정부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기대만큼 처우가 나아지지 않았다"며 이날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원 909명 가운데 877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전국 14개 공항 근로자들이 한꺼번에 파업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1호 지시'로 추진된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부분 기관이 안전 등과 관련이 있는 업무 종사자들은 직접 고용했다. 하지만 나머지 직종은 자회사의 정규직 채용 방식을 선택한 경우가 많은데, 노조는 "본사 정규직처럼 대우해 달라"고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정부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이 완료된 5명 중 2명(41%)이 자회사에 고용됐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부는 '자회사 정규직'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노조의 불만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정규직은 용역과 차이 없다"

KAC 공항서비스 노조원들은 추석 이후 전국 14개 공항에서 공동 파업을 벌이겠다면서 "한국공항공사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공항공사는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4254명 가운데 소방·폭발물처리반(EOD) 근무자 297명을 제외한 나머지 3900여명을 자회사 정규직 직원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KAC 공항서비스'라는 임시 자회사를 만들어 지금까지 이 중 1388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하지만 이날 집회를 연 근로자들은 "공공기관 정규직화는 용역보다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 공약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처우도 그만큼 좋아질 줄 알았는데, 용역업체 소속이던 시절과 처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타 공공기관도 싫다, 직접 고용하라"

노동계는 "자회사 고용 방식은 일부 처우 개선이 있더라도 간접 고용의 틀이 유지되기 때문에 또 다른 용역 회사나 다름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들이다. 5100여명을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소속으로 전환했지만 1400여명은 거부했다. 계약 만료로 일자리를 잃게 되자 이들은 "사실상 해고"라며 두 달째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의 10m 높이 구조물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비슷한 진통을 겪고 있는 공공기관이 40여곳에 달한다.

정부는 공기업 자회사를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노조가 "기타 공공기관은 언제든 지정 해제될 수 있어 안정성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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