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는 "한·미 훈련 돈 낭비", 김정은은 新무기에 파안대소

조선일보
입력 2019.08.27 03:20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완전한 돈 낭비"라고 했다. 트럼프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려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근 김정은에게 아주 멋진 편지를 받았는데 그는 한국이 '워 게임'(연합 훈련)을 하는 데 화가 나 있었다. 나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지시로 기존 연합 훈련은 폐지하거나 축소됐고, 지난주 종료된 훈련도 컴퓨터 시뮬레이션 가상훈련일 뿐이었다. 돈이 얼마나 드는지도 모르면서 '돈 낭비'라고 한다. 한 술 더 떠 핵무장한 한·미의 적(敵) 김정은에게 맞장구를 친다. 66년 한·미 동맹 역사상 이런 일이 있었나 싶다.

트럼프만 황당한 것이 아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한국 방어는 더욱 복잡해지고 미군에 대한 위험도 커질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실망"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에 이어 '미군에 대한 위험'까지 언급했다. 한국에 주둔한 자국군이 위험해졌다는 인식은 앞으로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예상할 수 없게 한다. 최악의 경우엔 미국의 동북아 안보 전략에서 한국의 우선순위가 하락하는 사태까지 올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주권국가의 자주적 권리"라고 환영 성명을 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건 쉽지 않다. 호르무즈 파병, 방위비 대폭 인상 등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벌써 이 계산을 하면서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한국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등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떤 극단적 선택을 할지 모른다. 주한미군 주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두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문재인 정권 2년 반 만에 그 일들이 눈앞에 와 있는 것 같다.

한국 안보를 놓고 희극인지 비극인지 모를 일들은 끝이 없다. 김정은의 미사일에 대해 미국 대통령은 "아무런 위반도 아니다"고 하는데 아베 일본 총리가 트럼프 면전에서 "북의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했다. 지난달 발사 때는 독일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북 미사일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 대통령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독일·일본이 우려하는데 문 대통령은 안전보장회의도 주재하지 않는다. 어제 북한은 김정은이 '신형 초대형 방사포' 발사 실험을 참관하면서 크게 웃는 사진을 공개했다. 한·미 훈련이 싫고 돈 낭비라는 트럼프, 남한 공격용 신무기에 흡족해하며 파안대소하는 김정은, 북이 도발만 하면 안 나타나는 문 대통령, 북 미사일을 유일하게 우려하는 일본 총리 등 뒤죽박죽 된 우리 안보는 대체 어디로 가는가.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