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도 없는, 자칭 '국민 청문회'… 與 초유의 시도

조선일보
입력 2019.08.26 03:27

[조국 의혹 확산]

野와 국회청문회 합의 안되면 내일 '언론과 대화 형식' 강행
이인영 "조국 청문회 주관해달라" 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에 요청
두단체 거절땐 간담회 등 형식으로
野·인터넷카페 "청문회 무력화… 언론을 들러리로 세워" 거센 비판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26일까지 합의 불발 시 27일 '국민청문회'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법에서 정한 국회 인사청문회 대신 언론인과의 대화, 패널 토론, 기자회견 등의 형식으로 조 후보자 청문회를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야권은 "여권 지지자끼리 짜고 치는 '가짜 청문회'를 열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사상 초유의 '국민청문회'에 대해 "공식 청문회 무력화 시도" "청문회마저 조국에 특혜를 주자는 것이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조 후보자 청문회를 9월 초에 3일간 열자는 자유한국당의 제안은 받을 수 없다"며 "26일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예고한 대로 27일 국민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27일 국민청문회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에 주관 요청 공문을 보냈었다.

조 후보자도 여권이 추진하는 '국민청문회'를 수용할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법적 근거가 없는 국민청문회는 또 다른 특권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희가 제안한 바 없고, 정당과 정치권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청와대도 비슷한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부분 의혹을 언론에서 제기했으니 그것을 보도한 언론이 검증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당에서 판단한 것"이라며 "여러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국민청문회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의혹을 제기해 온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게 돼 제대로 된 검증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도 고심에 빠졌다. 기자협회 집행부는 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여당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기자협회는 각 지회장을 통해 26일까지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방송기자연합회도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단체가 우리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언론인과의 간담회 등 다른 형식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든 '청문'이라는 요식 행위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 청문회를 담당하는 국회 법사위의 여상규 위원장(한국당)은 "민주당이 원하는 국민청문회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불법에다가 위증을 해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조 후보자가 유리한 자료만 제공할 것이 뻔하다"고 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언론을 조국 임명의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시도"라고 했다.

이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국민청문회'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이라는 이름 함부로 쓰지 마라' '조국을 구하겠다고 정권, 여당이 합심해 억지 옹호하는 것 보고 누가 적폐인지 알게 됐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또 네티즌들은 '짜고 하는 청문회에서 어떤 답변이 나올지 뻔하다' '위증죄 걱정 없이 마음껏 거짓말하려고?'라고도 했다.

한편 바른미래당 김수민 대변인은 "민주당의 국민청문회와 한국당의 3일 인사청문회로 맞서 국회가 허송세월할 일이 아니다"라며 조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정의당은 26일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의 소명을 듣고 조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