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113] 열정의 배신

조선일보
  •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19.08.24 03:12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온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학 연설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이 있다. 만약 젊은 시절의 잡스가 스스로 얘기한 '열정을 좇으라!'는 조언에 따라 오직 자신이 사랑하는 일만 추구했다면 인도 사상에 심취했던 그는 젠(禪) 센터에서 가장 유명한 강사가 되어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열정의 배신'의 저자 칼 뉴포트는 청년의 63%가 '직업에 매우 불만족'이라고 답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세대를 넘어선 열정 중심의 커리어 관리 전략의 문제를 말한다.

일에 대한 열정이 우리를 배신했다면 직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뭘까. 다양한 직업군을 조사한 결과 누가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는지 예측하는 강력한 지표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근무 연수'였다. 더 오래 일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이다.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이 일어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역시 능숙함이라는 것이다. 달리기든 글쓰기든 춤이든 능숙해질 만큼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숙련되는 과정에서 비로소 '해야 할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이것은 일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행복감으로 이어진다. 몰입이 잘되는 성격적 유형에 성실성이 포함되는 건 그래서다.

지금 다른 꿈을 꾼다면 기존 커리어와의 연결성을 고려해야 한다. 가령 출판 쪽의 일을 하다가 요가에 심취해 요가원을 열거나 강사로 성공한다는 건 실력적인 면에서, 커리어 자산 이론의 관점에서도 거의 도박에 가깝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든 중요한 건 탁월성이다. 요리, 연주, 강연, 그 일이 무엇이든 능숙해질 때까지 단련해야 한다. 그것은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한다. 못하는 걸 잘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일을 점점 더 잘하게 되는 것이 끝내 전문가를 만든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어떤 일을 좋아하는 데 필요한 게 꼭 '열정'은 아니다. 탁월한 능숙함이 그 일을 좋아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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