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란 말에 숨겨진 아프고 무거운 근대사

조선일보
입력 2019.08.24 03:00

'취미가 무엇입니까?'
취미가 무엇입니까?|문경연 지음|돌베개|292쪽|1만8000원

이력서에 부모의 직업이나 나이, 심지어 자신의 사진조차도 넣을 필요 없는 시대가 됐지만, '취미가 뭐냐'는 질문은 빠지지 않는다. '독서를 써 넣으면 지적으로 보일까, 운동을 써 넣으면 활동적으로 보일까' 고민 끝에 근본적인 의문점에 도달한다. "도대체 '취미'라는 건 누가 만든 거야?" 안창호 선생도 흥사단 가입 이력서에 자신의 취미를 '관유산하 관유산해(觀遊山河 觀遊山海·산과 강, 바다를 보고 즐기는 것)'로 적었다고 하니 그 고민의 역사가 짧은 것 같진 않다.

'취미'라는 개념은 서양에서 기원했다.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미학'이 탄생하면서 개인의 주관적인 취향(taste)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메이지 시대 일본이 'taste'를 '취미'(趣味)로 번역한 것이 우리에게 유입됐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오늘날엔 지극히 개인주의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아프고 무거운 근대사를 짊어진 단어이기도 하다. 1940년대 일본 총독부는 기관지 등을 통해 '고상한 취미로서의 노동'을 강요했다. 사치품 소비와 대중문화 향유는 퇴폐 문화로 낙인찍었다. 전시 체제에서 생산을 독려하기 위한 식민주의 이데올로기로 '취미'를 이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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