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와 운동권, 두 부류 학생들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조선일보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19.08.24 03:00

[아무튼, 주말- 김형석의 100세 일기]

일러스트= 이철원
일러스트= 이철원
지난 금요일은 아내의 16주기였다. 그 전날 막내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더 오래 어머니를 모시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는 얘기였다. 대학 2학년 때 유학을 떠나면서 "공부를 끝내면 곧 돌아와 부모님 곁에 있겠다"고 했는데 그 뜻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해외에서 결혼을 하고 교수 생활을 하는 동안에 회갑을 넘기게 되었다. 아내도 항상 막내딸 생각을 하면서 지냈다.

나는 ○순이가 왜 사회학을 전공했고 행복한 사회를 위한 기준과 가치관의 문제를 연구했는지 묻지 않았다. 정의감이 강한 편이면서도 주변의 불행한 사람을 많이 보아 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연세대학에 입학했을 때였다. 점심시간이 되면 집에 와서 점심을 먹었다. 내가 "친구들과 같이 대학 식당에서 먹으면 좋을 텐데"라고 했더니, "귀찮게 따라다니는 학생들이 싫어서…"라는 것이다. 어떤 학생들이냐고 물었다. 복음주의 기독학생 선배들과 운동권 학생들, 두 부류였다. 나는 "그런 학생들은 열성적이기는 하나 지적 성장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순이는 한국을 떠났고 나는 지금도 그들과 긴 세월을 지내고 있다.

복음주의를 신봉하고 따르던 학생들은 연세대의 기독학생회를 떠나 자신들과 노선을 같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근본주의 신앙을 고수하는 보수 진영 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기독교의 진리보다는 교리를 앞세운다. 사회를 위해 헌신하기보다는 다른 교단과의 분열, 교리적 대립을 삼가지 않는다. "천주교에는 구원이 없다"고 말하는 지도자들도 있다. 기독교계의 분열과 대립은 물론 종교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기도 했다. 요즘에야 수습과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는 추세다.

"왜 교수님들은 우리들보다 나라 걱정을 하지 않느냐"고 말하던 운동권 출신 학생들은 현 정부와 정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150년 전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과 경제학을 학습하며 자신들의 꿈을 키우던 세대였다. 나는 그들에게 서양사 교수의 얘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20대에 마르크스를 모르면 바보가 되지만 30이 넘어서까지 추종하는 사람은 더 큰 바보가 된다'는 얘기다. 일본은 그렇게 왕성했던 마르크스주의자들을 찾아보기 힘든 사회가 되었다.

우리는 북한과 공존해서 그럴까. 가치관과 정치·경제 분야를 보면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정신적 세계관이나 질서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주변에서도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거나 외면하는 인사들이 있는 것 같다.

생전에 김태길 교수와 질서 회복을 위한 가치관의 탐구와 제시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는 걱정을 나누곤 했다. 정부의 책임자들은 물론 사회 지도자들이 국민과 후배들에게 북한에선 볼 수 없는 '사랑이 있는 자유'를 베풀어 주었으면 좋겠다. 부모들이 눈물을 머금고 자녀들에게 자유로운 성장과 희망을 도왔듯이 말이다. 그런 마음이 교육과 생활의 질서로 자리 잡아야 행복을 누리는 조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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