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대사에 "비자 걱정" "韓·日 중재" 호소한 기업인들

조선일보
입력 2019.08.21 03:18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어제 30대 그룹 경영인들과 만나 한·일 갈등이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잘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업인들은 "미국이 한·일 갈등을 중재해 달라"고 했지만 해리스 대사는 원론적 답만 했다. '아베'와 '죽창' 사이에 있는 한·일 기업인들의 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자리에선 기업인들의 미국 비자 문제 호소도 눈길을 끌었다. 한 참석자는 "우리는 최저임금, 환경법, 주 52시간제 등을 위반하면 벌금만 내는 게 아니라 징역형으로 처벌받도록 돼 있다. 이런 전과(前科) 때문에 기업인들이 미국 비자를 받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이 다른 선진국에선 처벌조차 되지 않을 일로도 전과자가 되는 사례가 많다는 하소연이다.

현재 노동 관련법과 산업안전법·화학물질관리법 등의 각종 규제 입법에 열거된 벌칙 중 행위자는 물론 대표이사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는 조항이 315개에 달한다. 벌금형까지 합하면 CEO 처벌 조항이 무려 2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주 52시간을 어기면 최고 징역 2년, 하도급업체 근로자가 사망하면 징역 7년, 신규 화학물질 신고를 게을리하면 징역 5년, 근로자가 화학물질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징역 3년, 계열사와 신용 위험이 따르는 거래를 하면 최고 징역 5년형 또는 벌금형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걸려도 CEO가 3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을 받는다. 기업인들은 사실상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 문제로 미국에 가야 하는데 비자 발급을 거절당할까봐 마음 졸이는 기업인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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