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남불" "정의를 입에 담지 마라" …2030 '조국 딸 특혜 논란'에 허탈·분노

입력 2019.08.20 14:45 | 수정 2019.08.20 21:14

‘조국 딸 장학금 논란’에 2030들 "조로남불" 허탈감
"2주 인턴하고 논문 제1저자, 천재냐"
"경제 상태 중심으로 장학금 줘야" 등 과거 트윗도 논란

"아득아득 청춘을 포기하며, 겨우 얻어낸 장학금을 누군가는 본인이 가진 권력과 인맥으로 손쉽게 가져가다니 말그대로 도둑 맞은 기분이다. 조국 교수님은 대한민국 사회를 퇴보시킨 장본인이다. 그 더러운 입에 정의를 담지 말아 달라."

지난 19일 자신을 서울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익명의 글쓴이가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올린 글이다.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두 차례 유급당하고도 6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았고, 고교 때 2주 인턴을 하고 의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되는 등 특혜 논란이 일자 2030세대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사직로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사직로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조 후보자 임명 반대’ 청원은 8일 만에 2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2일 올라온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임용을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에는 20일 오후 2시 20분 기준 2만 6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 전 수석이 공직을 맡고 있던 기간 동안 일으킨 여러 논란이 공직자, 교육자로서 여러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며 "이 같은 인물을 법무장관으로 임용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했다.

◇‘성적 저조’ 사유로 장학금 수혜…대학생들 "금시초문"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의 한 학생은 ‘황제 장학금’ 논란과 관련, "낙제를 두 번이나 했다는 건 조씨가 능력이 없다는 뜻"이라며 "장학금을 3년동안이나 지급하며 붙잡아둘 만큼 조씨가 중요한 사람인가"라고 물었다.

부산대 학생 커뮤니티인 ‘MYPNU’에서도 "조국 같은 ‘빽’ 있으면 의전원 가는 것도 어렵지 않네" "조국 딸 퇴학시켜라" 등의 글들이 이어졌다. 이화여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개천에서 용이 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자더니, 우리는 그냥 평생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라는 거냐" "한입으로 두말하지 말라" 등의 반응이 나왔다.

서울시립대에 다니는 정모(24)씨는 "대학에서 한 번이라도 낙제하면 다음 학기에 수강 가능 학점이 줄어드는 불이익을 받고, 졸업 후 취업까지 불리해져 모두가 치열하게 공부한다"며 "그런데도 여러 차례 낙제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대학은 도대체 어느 나라 대학이냐"고 했다.

◇과거 조국 "장학금은 형편 어려운 학생이 받아야"... "조로남불" 신조어도
조 후보자의 과거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조 후보자가 2012년 4월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당시 조 후보자는 트위터에 "장학금 지급기준을 학생의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지난 2012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장학금 지급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쓴 글. /트위터 캡처
지난 2012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장학금 지급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쓴 글. /트위터 캡처
하지만 공직자 신고재산 금액만 56억원이 넘는 조 후보자의 딸은 6학기 동안 장학금 1200만원을 받았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내로남불’을 넘어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학생은 최근 대구 이월드에서 사고로 중상을 입은 청년의 사례를 예로 들며 "누구는 몸 버려가며 등록금 벌려고 일하고, 누구는 낙제 성적을 받고도 수천만원씩 장학금 받아 편히 학교 다닌다"고 지적했다.

국민대생 김모(26)씨는 "매년 천만원에 달하는 학비 때문에 대학생들은 장학금을 받으려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며 "심하면 만점에 가까운 학점을 받아도 장학금을 못 받는 경우도 있는데 수차례 낙제한 조씨가 어떻게 장학금을 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19일 고려대(왼쪽),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 /고파스·연세대 에브리타임 캡처
지난 19일 고려대(왼쪽),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 /고파스·연세대 에브리타임 캡처
조씨 의혹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사건과 비교하기도 했다. 권력자 부모를 둔 자녀가 특별대우를 받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17년 1월, 트위터를 통해 정씨가 '능력 없으면 니네(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고 쓴 글을 인용하면서 "바로 이것이 박근혜 정권의 철학이었다"고 비판했다.
한 고려대생은 고대생 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서 "적폐청산을 한다더니 결국 이전 정부와 다를 것이 없다"며 "이런 기본적인 법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서 적합한가"라고 했다.

◇외고→이공계 대학→의전원 ‘강남코스’…"고 2가 논문 제1저자, 천재냐"
조 후보자 딸의 이례적인 ‘입시 코스’도 비난 대상이 됐다. 딸 조씨는 서울에서 특목고인 외국어고를 나와 이공계열 대학을 거쳐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대부분 수업을 영어와 제2외국어 등으로 진행하는 외고에서 이과 대학, 그것도 의대에 진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를 두고 이공계열 대학을 ‘징검다리'로 활용, 의전원에 진학하는 ‘꼼수 출세코스’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딸 조씨가 외고 2학년 때 2주간 인턴을 하며 논문 제1저자로 등록된 것에 대해서도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느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지난 2008년 12월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영어 의학 논문(eNOS Gene Polymorphisms in Perinatal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에 조씨는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씨가 고교 재학 중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대한병리학회지 영문 논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씨가 고교 재학 중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대한병리학회지 영문 논문
대학원생들도 몇 학기 동안 연구에 매달려야 논문을 쓸 수 있는데, 조 후보자의 딸은 외고 재학 시절 2주 동안 실험실 인턴으로 참여한 것만으로 주요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의 1저자가 됐다는 것이다.

한 스누라이프 회원은 "전기과 기준 1저자 논문 한 편이면 박사 졸업 요건을 맞춘다"며 "단독 1저자가 얼마나 큰 기여를 한 것인지 석사 1학기만 다녀도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회원은 논문의 공동저자들의 직위를 거론하며 "조씨는 레알(‘진짜’를 뜻하는 은어) 천재"라고 썼다. 함께 논문을 쓴 당시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 박사 등을 제치고 인문계 고교생이 1저자로 이름을 올리려면 그만큼 천재여야 한다는 뜻으로 비꼰 것이다. 또 다른 회원은 "고2 때 병리학 논문 1저자가 의학전문대학원 병리학 유급?"이라며 지적했다.

과거 조 전 후보자가 트위터에서 논문의 기본에 대해 작성한 게시물도 화제를 모았다.

조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과 교수로 일하던 당시 "직업적 학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논문 수준은 다르다"며 "후자의 경우도 논문의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고 썼다. 그는 "학계가 반성해야 한다"며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은 조 후보자의 딸이 대학 입학한 이후인 2012년 게시됐다.

이날 조 후보자는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두고 "국민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자세한 내용은 인사청문회에서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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