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産으로 징역 30년 선고받았던 엘살바도르 여성... 끝내 무죄

입력 2019.08.20 14:41 | 수정 2019.08.20 14:45

엘살바도르에서 10대 시절 성폭행당해 임신한 아이를 사산한 후, 살인 혐의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던 여성이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AFP통신과 미국 스페인어 매체 우니비시온 등에 따르면 19일(현지 시각) 엘살바도르 코후테페케 법원 호세 비르힐리오 후라도 마르티네스 판사는 1심에서 살인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았던 에벨린 에르난데스(21)를 "고의로 사산했다는 증거가 없어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며 석방했다. 에르난데스의 변호인은 선고 이후 트위터에 "무죄다. 우리가 해냈다"며 판결 소식을 전했다. 판결 후 법정에서 나온 에르난데스는 환호하는 지지자들 앞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정의가 실현됐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에르난데스 사건은 엘살바도르의 엄격한 낙태 금지법과 관련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에르난데스는 가난한 농촌 가정 출신이다. 간호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5년 성폭행을 당한 후, 이듬해 4월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갔다 아이를 사산했다. 출산 당시 에르난데스는 18살이었다.

에르난데스는 사산 후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었다.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기절한 딸을 발견해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도착 사흘 후 교도소에 수감됐다. 태아를 고의 살해했다는 혐의였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에르난데스는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부검 결과 아이는 태변 흡입에 따른 폐렴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법원은 에르난데스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1심에서 에르난데스에게 내려진 판결은 징역 30년형이었다. 그러나 엘살바도르 대법원은 지난 2월 증거 부족을 이유로 원심을 파기했다. 곧이어 열린 2심에서 검찰은 에르난데스에게 40년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엘살바도르는 보수 가톨릭 국가다. 가톨릭 신자 비중이 60%에 달해 종교적 이유로 낙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성범죄 및 산모 건강 우려로 인한 낙태는 물론 집에서 아이를 낳다 사산하거나 임신 중 유산하는 경우에도 살인이나 과실치사 혐의로 최고 40년형의 처벌을 받곤 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엘살바도르에서 2000~2014년 사산·유산으로 처벌받은 여성은 147명에 달한다. 이 중 20명은 여전히 복역하고 있다.

외신은 에르난데스에 대한 이번 무죄 판결이 엘살바도르의 낙태 금지법 개정 여론에 힘을 실어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 취임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산모의 생명이 위험에 처한 경우엔 낙태가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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