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외고, 입시 명문학교 기능" 비판했는데...자기 딸은 외고 다니며 입시용 의학논문 저자 등재

입력 2019.08.20 10:03 | 수정 2019.08.20 12:07

조 후보자, 과거 "유명 특목고, 비평준화 시절 입시 명문 고교의 기능 하고 있다" 비판
조 후보자 딸, 외국어고 재학 중 대한병리학회 영어 논문 제1저자로 등재
논문 책임저자 A 교수, 언론에 "조씨 진학 때문에 등재 빠른 국내 학술지에 보내"
6명 저자 가운데 조 후보자 딸 제외하면 모두 교수와 박사
조 후보자, 과거 인터뷰서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 행복이 충돌할 때 아이를 위해 양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 조모(28)씨가 서울의 외국어고에 다니던 2008년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을 하며 대한병리학회에 영어 논문을 제출하고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조 후보자 딸의 영어 논문을 지도한 교수는 원래 해외학술지에 내려던 논문을 조씨의 대학 진학 일정 때문에 국내학술지에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과거 조 후보자는 외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가 "비평준화 시절 입시 명문학교 기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그의 딸은 외고에 다니면서 입시를 위해 병리학 영어 논문의 제1저자로까지 등록했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 딸은 외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를 거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인 조씨가 외고 재학 중 제1저자로 참여한 논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인 조씨가 외고 재학 중 제1저자로 참여한 논문
조씨는 한영외고 유학반에 재학 중이던 2008년 충남 천안에 있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을 했다. 이후 단국대 의대 A 교수는 자신을 책임저자로 해 2008년 12월 대한병리학회에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양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제출했는데, 여기에 조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A 교수와 조씨 등 6명이 저자인 이 논문은 이듬해 3월 국내 학회지에 정식 등재됐다.

전문 의료인이 270여개 이상의 실험을 통해 작성할 수 있는 이 논문에 고교생인 조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배경과 관련, A 교수는 언론에 "조씨 등 (한영외고) 유학반 학생 2명을 외고에서 소개해줬고 해외 대학을 가려고 한다기에 선의로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 교수는 그러면서 "원래 외국 학술지에 보내려고 했던 논문인데 그러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게 뻔했다. 조씨가 외국 대학에 진학하려면 논문을 빨리 내야 해서 (등재가 빠른) 국내 학술지에 보낸 것"이라고 했다. 조씨의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되게 하려고 빨리 발표할 수 있는 국내 학술지에 게재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유학반에 다니던 조씨는 학회지 논문 등재 1년만인 2010년 3월 수시전형에 합격해 국내 대학에 입학했다. 동아일보는 조씨가 대학 입학 과정에서 자기소개서에 제1저자로 논문에 등재된 사실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단국대 의대에서 2주 인턴을 하면서 영어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을 대학 입시용 스펙으로 사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저서 '나는 왜 법을 공부하는가'의 표지. 조 후보자는 이 책에서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다른 계급, 계층, 집단 출신의 사람을 알고 사귀고 부대껴야 한다”며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등은 원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도록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책 표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저서 '나는 왜 법을 공부하는가'의 표지. 조 후보자는 이 책에서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다른 계급, 계층, 집단 출신의 사람을 알고 사귀고 부대껴야 한다”며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등은 원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도록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책 표지
조 후보자는 과거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를 여러 차례 비난했다. 그는 2007년 4월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유명 특목고는 비평준화 시절 입시 명문 고교의 기능을 하고 있다"며 "이런 사교육의 혜택은 대부분 상위 계층에 속하는 학생들이 누리고 있다"고 썼다. 조 후보자는 "특목고·자사고 등은 원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도록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 사이에선 "조 후보자가 말한 외고의 폐단을 그 딸이 그대로 답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 후보자는 2010년 12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는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고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일반인들에게는 '출세할 기회가 거의 없을 테니 개천을 약간 낫게 만들자'고 말해놓고 자기 자식들은 '용'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은 내로남불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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