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갑부 리카싱의 反폭력 광고 '홍콩 자치 보장' 메시지 숨겨뒀나

입력 2019.08.20 03:00

[오늘의 세상]
광고문구 각 어절 끝 글자 모으면 '홍콩 사태 원인은 중국에 있다'
자치 억압하는 中 비판하는 글

홍콩 최고 갑부 리카싱 청쿵그룹 창립자가 지난 15일 홍콩 명보 등 언론 매체에 실은 광고.
홍콩 최고 갑부 리카싱 청쿵그룹 창립자가 지난 15일 홍콩 명보 등 언론 매체에 실은 광고. 이 광고는 당초 홍콩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태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중화권 네티즌들은 광고에 담긴 각 어절의 끝 글자를 따서 보면 '홍콩 사태의 원인과 결과는 중국에 있다. 홍콩의 자치를 용인하라(因果由國容港治己)'라는 메시지가 숨어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트위터
홍콩 최고 갑부 리카싱(李嘉誠·91) 청쿵그룹의 창립자가 최근 홍콩 일간지들에 게재한 반(反)폭력 전면 광고가 중화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표면상으론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 사태를 비판한 것이지만, 홍콩의 자치를 억압하는 중국에 대한 절묘한 비판이 행간에 숨어 있다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리카싱은 지난 15일 홍콩 명보와 경제일보 등에 '폭력(暴力)'이라는 글자에 붉은 금지 표시를 한 전면 광고를 실었다. 그 위쪽엔 '최선의 의도도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最好的因/可成最壞的果)'라는 글귀를, 그 좌우에 '자유를 사랑하고 포용을 사랑하고 법치를 사랑한다(愛自由, 愛包容, 愛法治)' '중국을 사랑하고 홍콩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한다(愛中國, 愛香港, 愛自己)'라는 글귀를 배치했다. 언뜻 보면 시위대도, 경찰도 폭력을 멈추자는 공자님 말씀처럼 들린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맨 위에서 좌우로 오가며 각 어절의 끝 글자를 모아 재배치하면 '인과유국용항치기(因果由國 容港治己)'라는 전혀 다른 의미의 문장이 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홍콩 사태의 원인과 결과는 중국에 있다. 홍콩의 자치를 용인하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리카싱이 지난 16일 친중 성향 문회보와 대공보에 실은 광고도 중국을 향한 절묘한 중의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태지과 하감재적(黃台之瓜何堪再摘)'이라는 전면 광고 글귀는 '넝쿨에서 오이를 계속 따면 어찌 버티랴'는 의미로 권력욕에 사로잡혀 자식마저 하나둘 죽여버리는 측천무후를 일컫는 성어다. 언뜻 보면 폭력 사태로 홍콩이 가진 많은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것 같지만 실은 중국 공산당을 측천무후에, 홍콩 시민을 하나하나 떨어지는 오이에 비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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