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 펜 싫어!"… 위트 없이 독설만 내뱉는 개그?

조선일보
입력 2019.08.20 03:00

개편 후 돌아온 KBS 개그콘서트
'국제유치원' '복면까왕' 코너 등 노골적 정치 의견 표명에 비난

"아~ 배(아베) 짜증 나!"

지난 18일 밤 방송된 KBS 공개 코미디 '개그콘서트'의 '국제유치원' 코너에서 출연자 송준근이 갑자기 짜증을 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가져온 복숭아를 먹었더니 배가 아프다면서 '아, 배'를 몇 차례 반복하자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아베 일본 총리를 연상했다. '일본 어린이' 역할 개그맨이 생일 선물로 펜을 건네자 이번엔 "'쟤 펜'(Japan) 싫어!"라며 소리를 질렀다.

지난 18일 방송된 개그콘서트 '국제유치원' 코너에서 '일본 어린이' 양상국(맨 왼쪽)이 복숭아를 나눠주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된 개그콘서트 '국제유치원' 코너에서 '일본 어린이' 양상국(맨 왼쪽)이 복숭아를 나눠주고 있다. 일본 어린이는 사과하길 싫어해 다른 나라 아이들로부터 따돌림받는 것으로 묘사된다. /KBS
2주간 개편을 마치고 돌아온 '개그콘서트'가 새로 선보인 정치 풍자 코너가 반일(反日) 정서를 이용해 의미 없는 비난을 반복하고 시류에 편승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풍자 개그가 아니라 현 정부에 맞춘 편향 개그" "정권에 아부하는 개그"란 지적도 나왔다.

지난 11일 첫선을 보인 코너 '국제유치원'은 한국·미국·일본·북한·중국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어린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유치원 수업을 받는 내용이다. '일본 어린이' 양상국은 철없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아이를 연기한다. 툭하면 "사과 안 한다" "사과 싫다"고 떼를 쓴다. '한국 어린이' 송준근은 "안 산다. 네 것은 다 사기 싫다"며 일본 제품 불매를 암시한다. '북한 어린이'와 얘기하면서 일본엔 "왜 끼어드느냐. 빠져라"고 한다. 18일 방송은 일본 아이를 따돌린 나머지 국가 어린이들이 사이 좋게 놀러 나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복면까왕' 코너는 출연자들이 가면을 쓰고 민감한 시사 이슈를 토론한다. 첫날인 11일 방송 주제는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찬성과 반대'. 찬성 입장의 장동혁은 "더 이상 우리를 우습게 보지 않도록 (불매운동을) 계속해야 한다"면서 "일본이 단 한 번이라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한 적 있느냐"고 말한다. 강성범은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된 것은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책임지지 못할 말 내뱉고 다니는 썩어빠진 신문들 때문"이라고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코미디 프로에서 정치적 의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불편하다'는 항의가 올라왔다. "권력을 비판하는 풍자는 전혀 없고 선동만 하는 느낌" "현 정권 입맛에 맞춰 다른 나라만 까는 건 '풍자'가 아닌 '아부'" 같은 지적들이 잇따랐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미디 프로의 시사 풍자는 모두가 공감하는 핵심적인 문제를 재치 있고도 날카롭게 찔러줘야 하는 것"이라며 "그저 끊임없이 비난만 쏟아내면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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