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도로 위 폭력

조선일보
입력 2019.08.20 03:16

도로에서 발생하는 난폭한 행동을 뜻하는 말이 '로드 레이지(road rage)'다. 급가속, 급정지, 경적 울려대기, 의도적 진로 방해, 추격전 같은 보복·난폭 운전 행위가 들어간다. 욕설, 몸싸움, 주먹다짐 등 2차 가해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선 운전 시비가 원인이 돼 서로 총질을 하다 살인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로드 샷(shot)'이라고 한다.

▶극단적 로드 레이지는 분노 조절 장애가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간헐적 폭발 장애'라는 병명을 쓴다. 흥분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참지 못하는 상태다. 로드 레이지 가해자 중 남성이 90%를 넘는 것은 호르몬 때문이라고들 한다. 차량의 공간적 특수성이 '분노 게이지'를 높인다는 분석도 있다. 밀폐돼 있고 익명이 보장되는 차 안은 스트레스·분노 표출에 용이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평소 온순하던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헐크'가 되는 이유다. 

[만물상] 도로 위 폭력
▶도로 위 폭력은 어느 나라나 안고 있는 골칫거리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몇 해 전 고속도로 끼어들기 시비 끝에 가해 운전자가 3단봉을 꺼내 피해 차량 유리창을 박살 낸 일이 화제가 됐다. 운전 시비에 목검, 가스총도 등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매일 60건 넘는 난폭·보복 운전이 일어나고, 연간 30명 넘게 목숨을 잃는다. 설문조사에선 직접 보복 운전을 해봤다는 사람이 10%를 넘어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도로 위 폭력'이 남 얘기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지난달 제주에서 '칼치기' 차량 운전자가 상대 운전자를 무차별 폭행한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로 차 앞을 가로막더니 어린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주먹을 날리고 말리는 사람 휴대전화까지 빼앗아 집어던졌다. 피해 가족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다는데 가해자는 뒤늦게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운전 잘못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미국은 20년 전부터 도로 위 폭력에 징역이나 무거운 벌금을 물리고 있다. 호주는 '중범죄'로 규정해 수사한다. 독일에선 운전 중 상대방을 모욕해도 감옥에 갈 수 있고, 일본은 가해자를 지명수배해 검거한다. 우리도 처벌을 강화하고 운전면허를 취소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운전자들도 시비 가능성이 있으면 무시하지 말고 먼저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거나 깜빡이를 켜 신호를 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운전자들끼리는 가급적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사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방어 운전, 예방 운전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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