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DMZ 사기극에 입 다문 軍

입력 2019.08.20 03:12

양승식 정치부 기자
양승식 정치부 기자
JTBC는 최근 DMZ(비무장지대)에서 다큐멘터리를 찍겠다며 군에서 촬영 허가를 받은 뒤 무단으로 자동차 광고를 제작했다. 군이 수차례 촬영 불가 경고를 내렸지만, 기어이 광고를 제작해 영화관에서 상영했다. 기아차에선 12억원의 광고 협찬금도 챙겼다. 군사 지역에서 무단 광고 제작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거니와 군사시설 보호 위반 가능성도 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군심(軍心)은 들끓었다. 군 내부에선 "국방부가 사기를 당한 것" "군이 만만하게 보인 것이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던 JTBC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결국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JTBC는 "국방부는 별도의 상업 광고를 허가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며 "제작진이 국방부와 의견 조율을 지속했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JTBC는 다큐멘터리 DMZ 제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했다. 무단 촬영이란 자신들 잘못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 없이 두루뭉술 넘어가려 한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이와 관련,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렇게 JTBC의 사과로 사태가 일단락된 것"이라고 했다. 군 안팎에선 '국방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솜방망이 대응이 의아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군 관계자는 "다른 곳도 아닌 DMZ에서 허가받지 않은 촬영을 하고, 그것을 공익이 아닌 상업용 광고로 제작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인데 별다른 법적 조치 없이 넘어가려는 것이냐"고 했다.

그간 군이 비슷한 사례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한 것과 대비된다. 대표적인 게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이다. 지난 2005년 학생 신분의 감독이 졸업 작품으로 만든 이 영화에 대해 군은 '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소송까지 걸었었다. 군에 제출한 시나리오와 다른 내용을 영화에 담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번 사안이 문제를 빚는 동안 단 한 번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군은 당초 보안훈령 위반과 군사시설보호법,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법적 대응을 검토했다. 하지만 결국 대응 조치를 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국방부의 이런 태도는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한 강경 기조와도 많이 다르다. 국방부는 최근 정부의 기조와 다르거나 비판적인 기사가 나가면 '법적 대응'을 공언해 왔다. DMZ 취재에 대해서도 "유엔군사령부가 까다롭게 굴어 불가능하다" "보안상 어렵다"며 엄격히 제한했다. 그런데 유독 JTBC엔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군 내부에선 "이번 다큐멘터리 촬영의 뒷배에는 청와대가 있다" "현 정권의 창립 공신인 JTBC라 봐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국방부가 언론에 대해 두 개의 잣대를 갖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국방부는 아무 말이 없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