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엔 끓는 물, 땅위엔 폭포 1만개… 친환경 발전 강국, '환경'이 달랐다

조선일보
  • 레이캬비크·레이캬네스(아이슬란드)=황경준 탐험대원
  • 취재동행 이기우 기자
    입력 2019.08.19 03:00

    [청년 미래탐험대 100] [34] 아이슬란드의 청정 에너지
    친환경 발전 꿈꾸는 20세 황경준씨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 밤 12시가 넘어 도착했다. 짐을 푼 다음 샤워를 하려고 물을 틀었다. 쏟아지는 더운물은 낯익은 냄새를 풍겼다. 계란을 삶을 때 나는 구수한 냄새였다. 나중에 알았다. 아이슬란드 지하수엔 유황 성분이 포함돼 있어서 이런 냄새가 난다고 했다. 더운물은 지열(地熱)로 데워서, 찬물은 빙하를 녹여 쓰는 나라가 아이슬란드다.

    대만·독일처럼 원자력 발전을 탈피하고 지열·수력·태양광 발전 같은 친환경 에너지로 갈아타려고 시도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작 탈(脫)원전에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남한 면적과 비슷하지만 수력(전체 전력 중 73%)·지열(26%) 등 친환경 에너지로 거의 모든 에너지 수요를 해결한다는 아이슬란드를 최근 다녀왔다.

    아이슬란드 에너지 생산을 총괄하는 국가에너지기구(NEA)의 마리아 구어먼드도티르(33) 연구원은 설명했다. "지열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건 두 가지, 열(熱)과 물입니다. 아이슬란드는 화산이 많아 지표면 아래 온도가 다른 곳보다 높습니다. 또 자연적으로 물이 흐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물을 주입할 필요가 없지요." 2017년 지열 발전소가 건설되던 경북 포항에선 증기를 발생시키기 위해 땅을 약 4㎞ 깊이로 파 많은 물을 넣다가 지진이 일어났다. 아이슬란드는 물을 주입할 필요가 없고 땅을 덜 파도 된다. 마리아 연구원은 "2~3㎞ 정도 땅을 파면 그 안에 뜨거운 물이 원래 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슬란드엔 휴화산·활화산이 130여개나 있다. 한국엔 북한(백두산 등)을 빼면 한라산·울릉도 휴화산 2곳이 있는 정도다. 비교하려 든 내가 머쓱해졌다.

    아이슬란드 남서쪽 끝에 위치한 레이캬네스 발전소도 찾았다. 이곳에서는 1년에 약 100㎿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발전소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지열 발전에 사용되는 거대한 흰색 터빈(발전기)이었다. 지하 2700m 지점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로부터 섭씨 240도의 뜨거운 증기를 추출해 동력으로 쓴다. 증기가 빠져나가고 남은 물은 매우 뜨겁기 때문에 인근 바닷물을 섞어 식힌다. 온도를 낮춘 물은 가까운 케플라비크 국제공항이나 수도 레이캬비크 등으로 보내져 온수로 사용된다. 유명 관광 온천·수영장인 '블루 라군'에서 사용하는 물 역시 이웃한 스바르트셍기 지열 발전소의 부산물이라니 일석삼조다.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구드먼드 오마르 프리드라이프손(69) 박사가 부근 군누베르 화산의 간헐천(일정 간격을 두고 땅에서 솟아나는 온천)으로 안내했다. 땅에서 뜨거운 물과 함께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 옆에는 한때 다리로 쓰였던 것처럼 보이는 나뭇조각들이 반쯤 무너져 방치돼 있었다. "간헐천이 점점 커져 근처 목제 산책로가 망가졌는데 너무 뜨거워서 방치 중이네요, 하하." 지열을 억지로 '캐지' 않아도 뿜어져 나온단 얘기였다.

    수력 발전 역시 '클래스'가 달랐다. 국토 전역에 폭포가 1만여개다. 높이 100m가 넘는 폭포가 수두룩하다. 강으론 빙하 녹은 물이 흘러든다. 15개 수력 발전소 하나당 적게는 100㎿에서 많게는 700㎿의 전기를 생산한다. 100㎿는 1년간 16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전기다. 33만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 국민이 전기를 펑펑 써대도 전체 생산량의 10~15%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나머지는 산업 용도로 사용되거나 저장된다.

    땅을 파면 지열이 뿜어져 나오고, 고개를 들면 대형 폭포와 빙하가 곳곳에 널린 나라라니! 이 '대자연' 자체가 아이슬란드 친환경 에너지의 비결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비행기 위에서 한반도를 내려다보았다.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찬 땅의 모습은 아이슬란드의 끓어오르는 대지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미탐 100 다녀왔습니다] 친환경 발전 힘든 한국, 그만큼 대안 찾는 노력이 중요하겠죠

    부산 기장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근처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막연한 불안함을 느꼈고 운동장 흙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적도 있습니다. 에너지 관련 문제는 언제나 제 삶에 중요한 한 부분이었습니다.

    이번에 친환경 에너지로 유명한 나라 아이슬란드에 다녀왔습니다. 자료 조사와 공부를 통해 떠올렸던 것보다 현장은 훨씬 굉장했습니다. 그 추운 나라가 난방엔 화석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전체 에너지 사용의 90% 이상을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한다고 하더군요.

    깨끗한 지구를 위해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친환경 발전을 꿈꿉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석탄 발전 비중이 높았던 아이슬란드가 치열한 연구·개발과 '체질 개선'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참 부러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환경을 더 똑똑하게 활용해 현명하게 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한편으론 아이슬란드를 따라 하기에 한국의 자연환경이 척박하다는 사실이 아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이슬란드는 거대한 폭포가 많아 수력 발전이 쉽게 되고, 곳곳에 화산이 부글거려 지열 에너지를 만들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태양광 발전을 하기엔 땅이 좁고, 수력을 쉽게 할 대형 폭포도 드물고, 지열을 하자니 휴화산도 찾기 어렵습니다. 어쩔 수 없이 친환경 발전 비율이 낮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슬란드 같은 환경을 그대로 옮겨올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처한 환경에 맞춘 에너지 전략을 세우려고 머리를 가열차게 맞댔던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노력만큼은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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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열 발전소 바로 옆이 온천 관광지 - 아이슬란드 남서부 레이캬네스 반도에 있는 유명 온천·관광지 '블루 라군(Blue Lagoon)'에서 관광객들이 수영하고 있다. 블루 라군의 온수는 이웃한 스바르트셍기(Svartsengi) 지열 발전소에서 공급되며 풍부한 미네랄을 포함하고 있다. 블루 라군 뒤쪽으로 굴뚝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는 스바르트셍기 발전소의 모습이 보인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황경준(오른쪽) 탐험대원이 아이슬란드 레이캬네스 지열 발전소를 방문해 발전소 책임자인 구드먼드 오마르 프리드라이프손 박사와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파이프 앞에 서 있다.
    황경준(오른쪽) 탐험대원이 아이슬란드 레이캬네스 지열 발전소를 방문해 발전소 책임자인 구드먼드 오마르 프리드라이프손 박사와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파이프 앞에 서 있다. /이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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