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무나 흔들어 대는 나라의 국민은 기가 막힌다

조선일보
입력 2019.08.17 03:20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과 평화 경제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한 지 하루 만에 북은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하고 "삶은 소 대가리도 앙천대소(하늘을 보고 크게 웃음)할 노릇"이라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한 사람"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이라고까지 했다. 김정은의 지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다. 북은 이달 초 문 대통령이 "남북 경협으로 단숨에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얘기를 처음 꺼냈을 때도 바로 다음 날 "맞을 짓을 하지 말라"며 발사체 두 발을 쐈다. 그에 앞서 문 대통령이 "남북 대화가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다음 날에도 북 외무성 국장이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너무 반복되니 무슨 희극을 보는 것 같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 경축사에 손뼉을 안 쳤다고 "무례와 좁은 도량"이라고 맹비난했던 민주당 대변인은 북의 망발에 대해선 "수위를 조절했다"고 감쌌다. '겁먹은 개' '삶은 소 대가리'를 듣고도 수위가 조절됐다니 할 말을 잊는다.

북의 반복되는 언행에는 그들의 속내가 담겨 있다. 트럼프와 소통 창구를 확보했으니 남쪽과는 더 이상 볼 일이 없다는 것이다. 북은 "남조선 당국자들과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로써 문 대통령과 거래를 영원히 끊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하고 싶으면 그 대가를 내라는 것이다. 대가는 전면적 대북 제재 해제뿐이다. 앞으로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의 거래에 따라 북의 대남 전략은 급변할 수 있다. 그것이 북의 핵 보유와 대북 제재 해제라는 결과를 낳더라도 문 정부는 막지 않을 것이다. 정말 위험한 것은 그와 같은 사태다.

북은 올 들어 8번째 미사일을 쐈다. 여기저기 발사 장소를 바꾸더니 이번엔 남북 분계선에 가장 가까운 지역까지 내려왔다. 김정은은 작년 3월 "문 대통령이 더 이상 미사일 발사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새벽마다 쏘고 있다. 며칠 전 북은 "청와대가 앞으로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글렀다"고 조롱했다. 문 대통령은 그제 광복절 연설에서 "아무도 흔들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자"고 했다. 지금 실제 상황은 대한민국은 아무나 흔들어대는 나라가 돼 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되려면 경제가 활력 있게 성장해야 하고, 군사적으로 강력해야 하며, 능수능란한 외교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문 정부는 경제 활력을 꺼뜨렸고, 군대의 기강은 땅에 떨어졌으며, 김정은에게 매달리는 것 외에 외교는 아예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질 내용 없는 미사여구는 며칠도 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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