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단체들, “교육부, 무대책이 대책이냐"…'대학 자율 정원 조정' 방침 일제히 비판

입력 2019.08.16 18:17

교육부가 인위적인 정원 감축을 포기하고 정원 조정을 각 대학에 자율적으로 맡긴다는 내용이 담긴 ‘대학 기본 역량진단 계획’을 발표하자 교수 단체들이 일제히 성명을 내고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실패를 대학에 떠넘긴다"고 반발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교육부 제공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교육부 제공
전국 110개 사립대 교수협의회 회장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교육부는 대학 자율성을 내세웠지만 20점이나 되는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지표는 국가 재정 지원 여부를 사실상 좌우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정원 감축을 강요하던 이전과 본질적으로 같다"며 "과도한 충원율 지표는 신입생 유치를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또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는 정원 감축으로 재정이 악화돼 교육이 부실해지고, 결국 학생 외면으로 퇴출될 수 있다"며 "대학이 자율적 혁신의 주체로 우뚝 설 수 있으려면 최소한의 재정 보완책이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 41개 국·공립대 교수회의 연합 단체인 전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의 상임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형철 경북대 교수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통화에서 "지금까지 지방대 몰락을 막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에 개입했던 정부가 성과가 없으니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며 "대책이 없는 게 대책"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학생 충원율 등에서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며 "대학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학 경쟁력 강화, 고등교육 정상화, 지역 균형 발전 등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 교육계에서도 교육부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민주화를 위한 교수 협의회(민교협)는 이날 성명서에서 "교육부는 대학 혁신지원 방안과 역량진단 기본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라"며 "대학 기본 역량진단 참여를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한 것은 그간의 고등교육 정책 실패 책임을 개별 대학에 떠넘기려는 교육 당국의 무책임"이라고 했다. 이어 "평가 지표에서 학생 충원율에 높은 비중을 부과하면서 그야말로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한다’는 지역과 대학의 불안을 더욱 현실화시키고 있다"며 "충원율을 중심으로 한 대학의 자율적 정원 조정은 인문 사회 영역의 학과 축소와 폐지를 불러올 것이 뻔하고, 대학은 교수진과 교육 과정도 없는 ‘융합’ 학문과 전공으로 학생 충원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 14일 ‘2021년 대학 기본 역량진단 기본계획(시안)’을 발표했다. 정원 감축 규모나 방법은 대학이 알아서 정하도록 하되, 학생 충원율 지표의 배점을 기존 75점 만점에 10점(13.3%)에서 20점(100점 만점, 20%)으로 올리는 내용 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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