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폭행당한 셈" "칼치기 왜 처벌 않나"…'제주 카니발 폭행 사건' 논란 확산

입력 2019.08.16 15:06

제주서 ‘칼치기’ 항의하던 운전자 가족 앞서 폭행
아내는 정신과 치료…자녀도 불안감 호소 ‘심리 치료’
경찰, 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만 적용
‘보복운전 혐의 적용’ ‘구속 수사’ 요구 쏟아져
경찰 "혐의 변경 가능…엄정하게 수사하겠다"

30대 남성이 난폭 운전에 항의하는 운전자를 가족 앞에서 폭행한 ‘제주 카니발 폭행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가장(家長)이 폭행당한 장면을 직접 목격한 아내와 자녀들이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해자를 구속하는 등 엄정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경찰이 피의자에게 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만 적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난폭운전·보복운전에 대한 처벌도 해야 한다는 항의글이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30대 남성에게 보복운전 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칼치기 폭행’ 영상 공개…피해자 가족 정신과 치료도
제주동부경찰서는 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로 A(33)씨를 입건(立件)해 수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4일 오전 10시 40분쯤 제주시 조천읍 도로에서 차선을 넘나들며 끼어드는 이른바 ‘칼치기’ 운전을 하던 중 이에 항의하는 다른 차량 운전자 B씨에게 생수병을 던지고 주먹으로 때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조수석에서 폭행 상황을 촬영하던 B씨 아내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던진 혐의도 있다. 당시 B씨 차량의 뒷좌석에는 5세과 8세 자녀도 타고 있었다.

지난달 4일 제주도에서 자신의 난폭운전에 대해 항의하는 운전자를 폭행하는 A씨의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혀 공개됐다. /유튜브 한문철TV 캡처
지난달 4일 제주도에서 자신의 난폭운전에 대해 항의하는 운전자를 폭행하는 A씨의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혀 공개됐다. /유튜브 한문철TV 캡처
이 사건은 당시 상황이 촬영된 뒷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차량동호회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면서 알려졌다. 특히 교통사고 전문변호사인 한문철 변호사가 지난 15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칼치기 항의하는 아빠 아이들 앞에서 폭행'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카니발 운전자 A씨는 갑자기 차선을 바꾸며 끼어드는 ‘칼치기’를 했다. 이어 B씨가 경적을 울리자 A씨는 한 차례 급정거를 했다. 영상엔 B씨가 항의하자 A씨가 차에서 내려 운전석에 앉아있던 B씨를 다짜고짜 생수병으로 내리치고 폭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또한 조수석에 앉아 당시 상황을 촬영하던 B씨 아내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멀리 내던지는 장면도 찍혔다.

지난 15일 한문철 변호사가 피해자 아내의 진단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한문철TV 캡처
지난 15일 한문철 변호사가 피해자 아내의 진단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한문철TV 캡처
이 사건으로 B씨 가족은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자녀는 불안감으로 심리 치료를 받고 있고, 아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한 변호사가 공개한 B씨 아내의 병원 진단서에는 "남편이 일방적으로 구타당하는 장면을 아이들과 함께 목격하고 나서 불안감, 우울감, 수면장애, 끔찍한 장면의 반복적 회상 등의 증상으로 인해 약물 및 상담치료를 받고 있으며 향후 2개월 이상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적혀 있다. 자녀들도 불안감 등으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 변호사는 전했다.

◇’고유정 부실수사’ 제주동부서가 담당…"가해자와 경찰 유착 조사하라" 靑 청원도
영상이 알려지면서 경찰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항의글이 속속 올라왔다. A씨가 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로만 입건됐고, 정작 사건의 발단인 ‘칼치기’와 관련해 난폭운전이나 보복운전 등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컸다. 자동차를 이용해 보복운전(특수협박)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제주지방경찰청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는 이 사건과 관련, 지난 14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430여 개의 글이 올라왔다. ‘단순폭행이 맞느냐’ ‘가족 4명을 폭행한 것과 다르지 않다’ ‘칼치기는 왜 처벌 안하느냐’ 등의 내용이었다. 한 민원인은 "앞으로 운전대를 잡으면 살인도 저지를 사람"이라며 "보복운전으로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썼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선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제주동부서가 고유정(36) 사건 초기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던 경찰서라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제주도 카니발 사건'이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한 가정의 가장이 가족이 보는 앞에서 처참하게 폭행당했다"며 "제주 경찰에서 수사 중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있다"고 썼다. 이어 "가해자와 경찰 간의 유착관계는 없는지, 절차상 문제는 없는지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청와대가) 챙겨주길 요청한다"고 했다. 이 청원은 오전 2시 40분 기준 4만 9000여 명이 동의했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제주도 카니발 사건’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16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제주도 카니발 사건’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경찰 "혐의 적용 달라질 수 있다"…구속영장 신청은 피해자 조사 후 검토
경찰은 검찰에 사건을 송치(送致)하기 전까지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혐의 적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현재 A씨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한 차례 마쳤고, 피해자 B씨와는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피해자 측이 병원 진단서 등을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추가 수사할 계획이다. 제주동부서 관계자는 "보복운전 등 다른 혐의점이 드러나면 적용할 것"이라며 "구속영장 신청 등은 최종 검토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에 지금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지금 공개된 영상만으로는 ‘보복운전’ 혐의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희봉 로피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한두 차례 더 급정거했다면 모르겠지만, 1회 급정거를 한 것만으로 보복운전이 성립하기는 어렵다"며 "피의자도 상대방이 경적을 울려 정지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했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한문철 변호사도 "보복운전으로 규율하기엔 영상 속 급제동만으로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만, 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는 명백하기 때문에 처벌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 변호사는 "특히 재물손괴의 원인이 폭행 촬영을 막기 위해 증거인멸을 하려고 한 것이기 때문에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가장이 폭행 당하는 장면을 본 가족의 트라우마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며 "더구나 피의자가 아내의 휴대폰을 망가뜨려 멀리 내던진 것은 증거인멸까지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의자를 구속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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