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상공에 이틀 연속 드론 추정 비행체 출현…군·경, 실체 규명도 없이 사건 종결

입력 2019.08.16 14:28 | 수정 2019.08.16 15:03

드론에 뚫린 원전 방호체계
軍警 "대공 혐의점 없다" 이틀 만에 종결
원전 "드론 추적은 우리 업무 아니다"
"실체 규명도 안됐는데 책임만 떠넘겨" 지적

‘1급 국가보안시설’인 고리원자력발전소 상공에 지난 12~13일 연이틀 드론(무인기)으로 추정되는 비행물체가 출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과 경찰 등 관계 기관들은 조사에 나섰지만 비행체의 정체를 확인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틀 만에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원전 방호체계가 뚫렸다면 국가 안보와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인데도 관계 당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8시 30분쯤과 13일 오후 9시쯤 이틀 연속 드론으로 추정되는 비행물체 4~5대가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전 일대 상공을 비행했다. 당시 원전 방호 인력이 육안으로 불빛을 발견해 군과 경찰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 12일에는 비행체 4대가 울산 울주군 상공에서 고리원전 본부를 거쳐 임랑 해변으로 가는 모습이, 13일에는 본부 부지 바깥 내륙 상공에서 1대가 목격됐다.

고리 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고리 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고리원전은 외부 공격을 받았을 때 국가 경제나 국방 등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1급 국가보안시설이다. 휴대전화 사용도 제한되고 일반인 출입도 엄격히 통제된다. 또한 고리원전과 주변 상공은 항공법에 따라 드론 등 항공기의 비행이 금지된 구역으로 분류된다. 국가 중요행사나 군 작전 등 군 당국에 사전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제한된 비행이 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육군 53사단과 부산 기장경찰서는 공조 수색과 조사에 나섰다가 ‘대공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이틀 만에 이 사안을 종결 처리했다. 하지만 비행체가 정찰·탐지나 군사적 공격이 가능한 군사용인지, 단순한 동호인 취미용인지 등 정체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53사단 측은 "통합방위지침에 의해 시설 관련 방호 책임은 원칙적으로 해당 시설장(한수원)에게 있으며, 대공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될 시에는 군 당국이 나서는 것이 맞는다"며 "기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안을 말할 수는 없지만 비행 방향 등 여러 요소를 종합 고려해 대공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 군 차원에서는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밤 하늘에 불빛이 있다는 신고만 들어왔을 뿐 드론이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신고가 들어와서 현장에 출동하긴 했으나 실체가 없어 종결 처리했다"고 말했다.

고리원전 측은 비행 물체의 격추와 추적 등은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리원전 관계자는 "우리는 발전 공기업이기 때문에 방호인력이 경찰과 군 부대 측에 특이사항이 있으면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우리가 비행체가 드론인지, 몇 대가 출현했는지 등에 대해 판단해 조치를 취하는 역할이 아니다"라며 "본 것만 보고하고 관계 기관의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뿐"이라고 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인근에 붙은 ‘비행금지구역’ 안내문. /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인근에 붙은 ‘비행금지구역’ 안내문. /한수원 제공
이 때문에 군과 경찰, 고리원전 측이 1급 국가보안시설인 원전 상공에 정체 불명의 비행체가 등장했는데도 서로 책임만 떠넘기며 실체도 밝히지 않은 채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기장군 측은 16일 오전 고리원전을 방문해 상황을 확인한 뒤 방호태세가 안일하다고 항의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향후에도 드론의 침입 시도가 예상된다"며 "현재 상황에 대한 사실 관계를 명확히 확인한 뒤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고강도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고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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