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협력의 길로 나오면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에 맞서 책임 있는 경제 강국을 향한 길을 걸어갈 것"이라며 "자유무역 질서를 지키며 동아시아의 평등한 협력을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일본이 이웃 나라에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란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극일(克日)을 내세웠던 것과 달리 이날은 일본에 대한 직접적 비판보다 경제 자강(自强)을 강조했다. 향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길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마지막에 "우리는 할 수 있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문 대통령은 "평화 경제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새로운 한반도의 문을 활짝 열겠다"며 남북 경협도 강조했다. "통일로 광복을 완성하고자 한다"며 취임 이후 처음으로 통일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2045년 광복 100주년을 통일의 시한으로 제시했다. "2032년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늦어도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하나 된 '원 코리아(One Korea)'로 세계에 우뚝 서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막말 대남 비방을 비판하지는 않았다. 대신 "북한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야당과 보수 진영을 겨냥, "여전히 대결을 부추기는 세력이 적지 않은데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가 되지 말라"고 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 경제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는 보다 강력한 방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야권에선 "일본은 저(低)강도, 북한엔 무(無)강도로 대응하면서 야당만 고(高)강도 비판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이전의 발언과 비교하면 매우 온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