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취중잡담] 10년째 30억 빚 갚는 남자...그를 살린 아이템

입력 2019.08.16 06:00

망했다가 일어서는 건 어렵다. 처음 창업할 때와 비교해 몇 배의 노력과 고통이 수반된다. 다시 실패하는 재기 창업자가 많다. 리바운드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때 1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가 재기에 성공한 아이담테크 최영준 부사장을 만났다.

◇작고 가볍고 오래가는 칫솔살균기

아이담테크는 다양한 가전 소품을 만든다. 주력 제품은 칫솔살균기다.

입속 청결을 위해 양치를 꼼꼼히 하면서 정작 칫솔 자체 위생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양치한 칫솔을 그냥 두면 여름철 쇠고기나 어류보다 세균이 많이 증식한다고 한다.

아이담테크 최영준 부사장/큐텐츠컴퍼니 제공
아이담테크 최영준 부사장/큐텐츠컴퍼니 제공
아이담테크의 칫솔 살균기는 자외선 LED(UVC LED)를 통해 3분 만에 세균의 99.9%를 없앤다. 칫솔의 솔 부분만 감싸는 크기라 작고 가볍다. 집에 놓고 쓰는 것은 물론 갖고 다니기도 좋다. 충전 방식이라 건전지가 필요 없고, LED 수명은 2만시간이다.

기존 제품의 단점을 크게 개선한 것이라고 했다. 최영준 부사장은 "기존 제품은 형광등과 같은 램프형으로 돼 있어 수은과 오존 배출 문제가 있지만, UVC LED는 유해 물질이 전혀 없어 친환경적이다"며 "필통 형태인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 22g밖에 안돼 가장 가볍고, 램프 수명은 다른 제품의 최대 4배"라고 설명했다.

아이담테크의 UVC LED 칫솔살균기/아이담테크 제공
아이담테크의 UVC LED 칫솔살균기/아이담테크 제공
최 부사장은 칫솔살균기 개발에 2년 6개월을 투자했다. 비용은 2억원을 썼다. 매출이 크지 않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큰 투자다. 그는 "테스트에만 2만 시간 이상을 썼다"며 "완벽한 제품을 내놓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진심이 통했다. 작년 11월 제품을 출시해 지금까지 온라인(http://bit.ly/2OHTVLd)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7만대를 넘어섰다. 여러 개 구입해 집에 놓고 쓰면서, 갖고 다니기도 하는 소비자가 많다. 수출도 한다. 최 부사장은 "얼마 전 일본 할인점에 입점했고, 곧 미국 수출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최영준 부사장이 칫솔살균기 사용법을 설명하는 모습/큐텐츠컴퍼니 제공
최영준 부사장이 칫솔살균기 사용법을 설명하는 모습/큐텐츠컴퍼니 제공
◇매출 130억원까지 갔다가 빚만 30억원 남아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유통업을 오래 했다. 수입 카세트테이프와 MP3기기 등 음향 관련 제품을 주로 취급했다. 2000년 '내가 직접 만들어 보자'며 음향기기 제조업체를 창업했다. "유통을 오래 하다 보면 ‘내 제품을 만들고 싶다’ ‘내 제품을 수출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겨요. 나도 이제 내 브랜드를 갖자며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MP3기기와 녹음기를 내놓으며 시장에서 나름 인정받았다. 직원 30명을 두며 연 매출이 한때 130억원까지 올라갔다.

계속 잘나갈 줄 알았는데, 스마트폰 대중화로 위기를 맞았다. "20억원 넘는 개발비를 들여 2009년 디지털 어학기를 내놨어요. 그런데 소비자 반응이 싸늘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은 이후 곧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어학기는 물론 MP3와 녹음기를 찾는 사람이 급격하게 줄었거든요."

결국 회사를 정리했다. 빚 30억원만 남았다. "집안 살림에 모조리 빨간 딱지가 붙었어요. 집은 경매에 넘어갔고요. 허탈해하던 아내의 표정을 떠올리면 지금도 미안합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월세 살면서 그 빚을 갚고 있습니다."

최영준 부사장/큐텐츠컴퍼니 제공
최영준 부사장/큐텐츠컴퍼니 제공
◇10년째 빚 갚지만 봉사는 계속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절. 이전부터 해오던 봉사 활동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친한 후배가 백혈병으로 아이를 먼저 떠나보냈어요. 치료할 때 국내외 아동복지 증진 민간 NGO인 ‘날개달기운동본부’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아이 보낸 후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저더러 함께하면 좋겠다고 해서 2006년부터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업 망한 후에도 봉사 활동을 계속하면서 내 존재의 가치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힘든 일이 참아지더라고요."

멀리 캄보디아로 봉사 활동도 다녀왔다. "회사 망하기 전 날개달기운동본부 회원들과 같이 가기로 약속했던 일정이라 취소하기 어려웠어요. 비행기 탈 돈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데, 해외 출장 다니면서 쌓아뒀던 마일리지가 있더라고요. 그걸로 간신히 다녀왔죠."

다시 일어설 용기가 조금씩 생겼다. "주변에선 원래 하던 유통 일을 해보라는 조언이 많았어요. 하지만 내가 만든 제품이 누군가에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보람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2010년 가전소품 제조업체 '아이담테크' 창업 멤버로 참여했다. 칫솔살균기 온라인(http://bit.ly/2OHTVLd) 유통 등에 성공하면서 다시 자리 잡고 있다. 연매출은 6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칫솔살균기는 스마트폰 살균기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것이다. "2014년 스마트폰 살균기를 야심 차게 내놨습니다. 자외선램프가 달린 덮개로 스마트폰을 감싸 세균을 없애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소비자 반응이 기대 이하였습니다. 세균은 없앴지만, 눈에 보이는 얼룩이나 이물질은 없애지 못했거든요.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이 말끔하게 닦이는 걸 더 선호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소비자 니즈를 제품 개발의 가장 우선순위에 뒀습니다. 들고 다니게 좋게 작고 가벼운 칫솔살균기도 그런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직원들과 제품 회의를 하는 최영준 부사장(오른쪽 둘째)/아이담테크 제공
직원들과 제품 회의를 하는 최영준 부사장(오른쪽 둘째)/아이담테크 제공
◇화장실에서 용어 찾아보며 고졸 학력 극복

사업을 하면서 학력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MP3 만들 때 떠올려 보면, 경쟁업체들은 대부분 명문대나 대기업 출신이 맡고 있었습니다. 업계 사람들끼리 모여서 식사하는 자리에선 꼭 ‘몇 학번’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죠. 무척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여러 사람 만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하지 나를 포장하는 요소는 중요치 않다'는 깨달음이 생기더라고요. 이후부터 학력을 의식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통을 하다가 전문지식 없이 제조업을 시작한 데서 오는 어려움도 있었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돼 엔지니어들 만나 얘기할 때면, 전문 용어를 하나도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모르는 단어 나오면 화장실 가서 휴대폰으로 찾아보곤 했어요. 외워야 할 용어들은 노트에 빼곡하게 적어 들고 다니며 봤고요. 무시 받지 않으려고 혼자서 공부 많이 했습니다."

아이담테크의 제품과 각종 상패 앞에 선 최영준 부사장/아이담테크 제공
아이담테크의 제품과 각종 상패 앞에 선 최영준 부사장/아이담테크 제공
◇저개발 국가 아이들 획기적 돕는 제품 개발 꿈

2년 전 사이버대학에 입학해 보건행정학을 공부하고 있다.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요. 저개발 국가 의료 봉사에 보탬이 되고 싶은 목적도 있습니다. NGO에서 같이 활동하는 의사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도우려면 보건행정 지식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국내 봉사도 꾸준히 한다. 지난 5월 어린이날 서울성모병원 어린이 병동에 UVC LED 칫솔살균기를 무상으로 기부했다.

최 부사장의 인생 목표는 개인위생 관리가 잘되지 않는 저개발 국가 아이들에게 획기적으로 도움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저개발 국가에 봉사를 다니다 보니 내가 가진 기술과 재능을 좀 더 의미 있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지금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본격 개발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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