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新친일 호구' 탈출법

입력 2019.08.15 03:14 | 수정 2019.08.16 11:09

'친일 프레임'은 정략일 뿐 좌우 관계없이 편할 대로 이용
'新친일'은 현 야당이 먼저 써… 호구 안 되려면 냉정해야

김수혜 사회정책부 차장
김수혜 사회정책부 차장
"일본과 각박한 외교 전쟁도 있을 수 있다. 우리도 감당할 역량을 갖고 있다." "(일본에)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를 느꼈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한 말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 셋이 재임 중 한 말이다. 차례로 2005년 노무현, 2012년 이명박,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했다.

강대국 지도자도 트럼프 대통령 빼면 하고 싶은 말 다 하지 않는다. 우리 대통령들은 화끈하다. 좌파건 보수건 대통령이 나서서 일본에 돌직구를 날린다. 민주화 이후 김대중 대통령만 빼고 모든 대통령이 "일본을 이기자"고 국민을 독려했다. 그래서 우리가 일본을 이기는 강국이 됐나? 아니다. 뒷감당만 국민 몫이었다.

교훈은 간명하다. 극일(克日)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입으로 애국하는 정치인에게 번번이 속아 표를 주며 열광한다. 일본에 관한 한 좌도 우도 못 믿을 사람들이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2년, 문재인 정부의 첫 1년 도쿄 특파원으로 일하며 절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이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정당화한다"고 각을 세우자 보수 야당 강재섭 원내대표가 "야당이 강하게 하고, 대통령은 최후 조정자여야 하는데, 대통령이 강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권 때 반대 일이 벌어졌다. 늘 실리를 부르짖던 대통령이 임기 말 지지율이 떨어지자 외교 참모도 없이 환경장관과 소설가만 데리고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독도를 찾았다. 다녀와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야당이 반발했다. 추미애 의원은 "앞으로 어떻게 한·일 관계를 이끌어갈지 대책이 없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는 "깜짝쇼이자 정말 나쁜 통치 행위"라고 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이게 무슨 외교냐. '똥볼' 차기지"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 때 야당은 "역사 문제와 경제를 분리하자"고 했다. 정계 첫손 꼽는 일본통 강창일 의원이 나서서 "외교는 국익"이라고 했다. 그 당이 여당이 되더니 '죽창가' 소리를 한다.

한국은 좌든 우든 '정적(政敵)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입장을 정한다. 정권 잡은 사람들이 일본과 마찰을 빚으면 정권 못 잡은 사람들이 "국익을 팔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정권 잡은 사람들이 '그런 소리 하는 인간은 친일파'라는 이분법으로 상대의 입을 틀어막는다.

최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반복적으로 '신(新)친일' 카드를 꺼내는 것도 '비판 없이 따라오라' '토 달지 말라'는 메시지다. 그는 14일 "우리 국민이 극복할 대상은 일본의 극우 세력, 아베 정권과 우리 안의 신친일 세력"이라고 했다.

야당은 "온 국민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친일, 반일 편 가르기 하는 게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느냐"고 맞섰다. 옳은 말이지만 '신친일 이분법'은 7년 전 지금 야당이 먼저 썼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이재오 의원이 "신친일 매국파가 안 되기를 바란다"면서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비판하는 야당을 압박했다. 야당이 그걸 반성하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요컨대 우리 정계는 친일파·반일파로 나뉜 게 아니라 '지금 자기편에 유리한 게 뭔가'에 따라 갑자기 강경론자가 됐다, 현실론자가 됐다 하는 이들로 가득 차 있다. 한·일 문제에 관한 한 정치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호구'다. 정치인이 입 여는 매 순간 '지금 저 사람이 열변을 토하며 챙기는 게 자기 표인가, 우리 이익인가' 깐깐하게 간 보며 듣는 수밖에 없다. 애국이 뭔지, 국익이 뭔지 냉철하게 생각해볼 때가 됐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