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은 수익률 향상 외 다른 목적으로 운용 말라

조선일보
입력 2019.08.15 03:18

국민연금이 보유 자산을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는 데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비상장 소재·부품 기업을 국민연금의 투자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제안됐다고 한다. 국민연금은 손실 위험이 큰 비상장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다. 핵심 부품·소재의 국산화는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방안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내년 예산에만 2조원가량 반영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을 여기에 동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부품·소재 산업은 성공 확률이 불확실해 투자 리스크가 크다. 국민연금이 여기에 투자하면 자칫 국민연금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안 그래도 국민연금은 제도 개혁 부진 등으로 재원 고갈 시점이 계속 앞당겨지고 있다. 부품·소재 산업 지원은 다른 재원을 마련하고 국민연금을 정치나 다른 정책적 목적에 동원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한 의원은 총리실이 정한 299개 일본 '전범 기업'에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 70여 곳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는데 이를 회수하라는 것이다. 만일 국민연금이 투자금을 빼면 한국 기업에 투자 중인 일본 공적 연금도 같은 방식으로 보복에 나설 수 있다. 공적 연금이 국가 간 갈등에 끼어드는 것은 글로벌 연금 투자 시장의 룰과도 맞지 않는다.

선진국이 공적 연금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는 것은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워야 연금 재정이 황폐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국민연금은 지배구조 자체가 정부에 장악돼 있어 정권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며 정권의 목적에 따라 700조원의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할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국민연금의 외도는 국민 노후를 불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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