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오바마 '브로맨스'는 끝났나

조선일보
입력 2019.08.14 03:00

대선 경선 불안한 1위 바이든, 오바마 지지 표명에 사활 걸어
오바마는 묵묵부답으로 일관… 후계자가 아님을 역설한 셈

'브로맨스(bromance·남자들 간의 깊은 우정)'라는 단어의 원조 격인 버락 오바마(58)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76) 전 부통령의 관계가 수상하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불안한 1위'를 지키고 있는 바이든의 숱한 구애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명시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오바마는 여전히 진보 진영의 구심점이자 바이든의 최대 자산이란 점에서 두 사람의 연대 여부는 내년 대선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4월 출마 선언 때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원 의사를 밝혔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가 지지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혼자 힘으로 경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셸 오바마(55) 여사는 한 행사에서 바이든 지원 여부에 대한 집요한 질문에 "우리 부부는 누가 됐든 민주당의 경선 승자를 지원키로 했다. 그전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버락 오바마(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012년 11월 재선이 확정된 후 시카고에서 승리 수락 연설을 한 뒤 함께 기뻐하고 있다. 바이든은 8년간 오바마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을 하며 유력 대선 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버락 오바마(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012년 11월 재선이 확정된 후 시카고에서 승리 수락 연설을 한 뒤 함께 기뻐하고 있다. 바이든은 8년간 오바마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을 하며 유력 대선 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로이터 연합뉴스

양측 입장은 원칙적으로 합의된 것 같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바이든은 20명이 넘는 주자들과 경쟁에서 '오바마 향수(鄕愁) 독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이 오바마케어 등 각종 정책을 거의 그대로 재탕하고, '트럼프 시절 이전 좋았던 미국'으로 돌아갈 유일한 처방으로 오바마-바이든 정권의 부활을 내세우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캠프는 현직 시절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담은 사진·영상을 홍보용으로 계속 내보낸다.

바이든은 지난 6월 '친구의 날'에 이어 8월 4일 오바마의 생일에도 '조와 버락'이란 문구가 새겨진 팔찌 사진을 '내 친구 버락 오바마에게'라는 글귀와 함께 올렸다. 그의 '구애'가 안쓰러울 정도지만 오바마는 이 트윗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가 바이든을 지지하지 않는 덴 말 못할 비밀이 있는 것 같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실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경선 출마가 확정되지 않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얀 오바마'로 불리는 베토 오로크(46) 전 하원 의원이나 피트 부티지지(37) 인디애나 사우스벤드 시장, 카멀라 해리스(54) 상원 의원 등 젊은 정치인들을 잇따라 만나 격려했다. 지난 1월엔 "트럼프에 맞서려면 민주당엔 '새로운 피'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때마다 바이든은 "내가 출마할 거 뻔히 알면서…"라며 배신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오바마는 누구보다 전략적인 정치인으로 바이든에 대한 자신의 침묵이 어떤 해석을 낳을지 잘 안다"면서 "오바마의 공식 후계자는 바이든이 아니란 것을 소리 없이 역설하는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오바마의 심중을 잘 아는 핵심 참모 출신 53명을 인터뷰한 결과, 단 8명만이 바이든을 지지할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오바마와 바이든은 정치권 브로맨스의 원조로 불리는 듀오였다. 두 사람이 오래된 부부처럼 서로 쓰다듬으며 대화하거나 함께 뛰고,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는 장면들이 아직도 회자된다. 2015년 바이든의 장남 사망 당시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가 장례식 조사를 맡아 "조, 당신은 내 형제"라며 함께 운 것이 클라이맥스다.

그러나 젊은 흑인인 오바마가 2008년 대선 당시 중도층을 안심시키기 위해 러닝메이트로 백인 노장을 택해 우정을 '연출'했을 뿐이란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은 과거의 유용한 참모일 뿐 오바마란 브랜드를 물려줄 후계자도, 미래의 시대정신도 아니다"(폴리티코)란 것이다. 실제 오바마는 바이든의 대선 도전 등 정치적 성장엔 늘 회의적이었다. 오바마 팀은 2012년 재선을 앞두고 러닝메이트를 힐러리 클린턴으로 교체할 것을 검토했다. 2016년 대선 때도 오바마는 "어차피 클린턴을 이길 수 없을 텐데 당을 분열시키지 말라"며 바이든을 눌러 앉혔다.

일각에선 강성 퍼스트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가 바이든의 여성 폄하나 흑백 분리 정책 지지 전력 등을 들어 거부한다는 설도 있다. 실제 미셸의 대선 출마설 부인에도 불구, 진보 진영은 물론 보수 전략가들까지 바이든과 오바마의 소원한 관계를 들어 '미셸 등판설'을 계속 제기한다. WP는 11일 '바이든과 오바마의 복잡한 관계'라는 기사에서 "두 사람의 우정이나 상호 신뢰는 진실했던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사실은 물과 기름처럼 달랐다. 그간 물과 기름이 섞여 있었던 게 신기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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