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People] 매일 기자회견하는 멕시코 대통령

조선일보
입력 2019.08.14 03:00

취임이후 평일 회견 170회 넘어… 정권 홍보·언론장악 도구 활용
비판 기자들에겐 악플 쏟아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6·사진) 멕시코 대통령은 매일 오전 7시 대통령궁에서 생중계 기자회견을 연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취임 이틀 후인 지난해 12월 3일 이후 대통령은 이 기자회견을 주말을 제외하고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벌써 170여 회를 가졌다.

대통령과 함께 배석한 내각 장관들은 약 90분간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덕분에 국민은 매일 대통령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관련 기사엔 "대통령과 함께하겠다"는 칭찬이 댓글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 기자회견엔 대통령의 언론 장악 의도가 숨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회견 중 자주 "나는 다른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즐겨 쓴다. 기자가 자료를 토대로 정부를 공격할 때 말문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그의 '18번'이다.

그러나 이 자료가 정작 가짜인 경우가 많다. 대통령은 지난 4월 멕시코에서 폭력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는 기자의 말문을 막고 "올해 1분기 살인율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맞받아쳤다.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비판에는 "지난 10년간 보지 못한 속도로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외신들의 확인 결과 둘 다 거짓말이었다. 멕시코 정치 컨설팅 업체 '스핀'은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하루 평균 6건의 거짓말을 한다고 발표했다.

질문이 너무 날카로울 때는 아예 엉뚱한 답변으로 질문을 뭉갠다. 지난 5일 야당은 대통령궁에 최고급 소시지 '초리조'와 고급 음료가 납품되고 있다는 문서를 공개했다. 대통령은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초리조보다 부티파라(값싼 돼지고기 소시지)를 좋아한다"고 했다. 멕시코 이민자를 배척하는 미국의 정책에 대해서는 "평화와 사랑이 필요하다"고 은근슬쩍 답변을 피했다.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는 기자에게는 극성 지지자들이 대신 기자의 소셜미디어에 몰려가 악플을 퍼붓는다. 지지자들의 행태가 논란이 되자 지난 4월 대통령은 "내가 사주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선을 넘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되었을 것"이라며 은근히 지지자를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이 때문에 멕시코의 언론들이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적는 앵무새로 전락했다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멕시코의 한 일간지 편집장은 WSJ에 "아이로니컬하게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중간자 역할을 하는 언론을 제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