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부 항구 도시 세베로드빈스크 인근 해안의 미사일 실험장에서 지난 8일(현지 시각)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군 관계자 2명과 과학자 5명 등 7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이 폭발해 화재가 났다"고 발표했지만, 핵 추진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사고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사고 당시 이 지역의 방사능 농도가 급증했다. 타스 통신 등은 시 당국을 인용해 "세베로드빈스크의 방사능 농도가 일시적으로 200배 가까이 뛰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당일인 8일 현장 인근에 정박해 있었던 핵연료 운반선 '세레브린카'호에 주목했다. 위성사진으로 관측된 이 배는 러시아가 지난해 북극해에서 핵 추진체 관련 실험을 할 때도 현장에 있었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핵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는 "이 배는 해저에 가라앉은 핵 추진체를 회수할 때 필요하다"고 밝혔다.

러시아 공수부대 소총 발사 - 러시아 서부 세베르니 공군비행장에서 11일 열린 ‘열린 하늘’ 축제에서 러시아 공수부대 소속 병사들이 총구를 하늘로 향하고 총을 쏘고 있다. 러시아 군대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이 축제는 에어쇼, 군용 장비 전시, 음악 공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10일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스아톰은 "회사 소속 과학자 5명이 '액체 추진체의 방사성 동위원소 연료'와 관계된 사고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해당 사고가 핵실험과 관계된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CNN 등은 "미 정보 당국은 이 사고가 핵 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닉' 개발과 관계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12일 전했다.

부레베스트닉은 지난해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례 국정연설에서 공개한 신형 핵 추진 순항미사일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미사일에는 핵 추진 장치가 내장돼 있어 사거리가 무한하다"며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쓸모없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방 국가들은 이 미사일을 '스카이폴'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2일 트위터에 "러시아의 '스카이폴' 폭발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공기와 주변 시설에 대해 걱정하게 됐다"며 "미국은 비슷하지만 더 진전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썼다.

이 사고가 다시 불붙은 미·러 간 핵무기 경쟁을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은 지난 2일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했다. 1987년 맺은 INF는 양국이 선제공격용 중·단거리 미사일을 서로 감축·철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고가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경쟁이 부활한 중요한 시점에 일어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