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제왕' 플라시도 도밍고 30년간 성추행 의혹…9명 증언

입력 2019.08.13 18:36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8)가 1980년대 후반부터 30년 넘게 클래식 음악계 여성 성악가와 무용수들을 성추행했다고 AP통신이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AP통신은 피해자 9명으로부터 구체적인 진술을 들었고 당시 상황을 교차 확인해줄 지인들의 증언도 있다고 전했다.

성추행 논란에 휘말린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한 오페라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추행 논란에 휘말린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한 오페라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데뷔 60년을 맞은 도밍고는 세계 오페라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려왔다. 그동안 오페라에서 150개가 넘는 배역을 소화했으며 4000회 이상 공연에 출연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워싱턴오페라의 총감독, LA오페라의 총감독을 역임했으며 젊은 성악가들의 등용문인 오페랄리아 국제 콩쿠르를 창설했다.

하지만 도밍고가 오페라계에서 자신의 위상을 내세워 여성들에게 성적인 요구를 해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P통신이 인터뷰한 9명은 성악가 8명과 무용수 1명이다. 이들 9명 가운데 7명은 도밍고의 성적 요구를 거절한 것이 경력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또 1명은 어쩔 수 없이 성관계를 했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 가운데 유일하게 실명을 공개한 소프라노 퍼트리샤 울프는 "워싱턴오페라에서 공연할 때 도밍고는 내가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가 은밀히 ‘오늘밤 집에 가야해?’라고 묻곤 했다"고 밝혔다. 이어 "탈의실에서 나갈 때 복도에 도밍고가 있을까 봐 두려웠다"면서 "당시 남성 동료들이 도밍고의 행동을 외부에 공개하고 싶다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울프는 지난 1998년 워싱턴 오페라에서 경력을 시작했는데, 도밍고는 워싱턴 오페라에서 1996년~2003년 예술 감독을, 2003년~2011년 총감독을 역임한 절대 권력자였다. 실제로 AP가 접촉한 울프의 전 동료는 울프가 당시 불안해 했으며, 공연이 끝난 뒤 차까지 가기 무서워해 자신이 데려다주곤 했다고 밝혔다. 현재 61세인 울프는 "도밍고는 내가 몸담은 오페라업계에서 신과 같았다"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도밍고와 두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고백한 여성도 있었다. 이 여성은 1988년 도밍고를 처음 만났을 때 LA오페라의 합창단원이었다. 그는 "도밍고가 ‘내 아파트로 와. 내가 코치해줄게’라고 말하곤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도밍고는 성명을 내고 자신을 상대로 제기된 이같은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30년 전까지나 거슬러 올라가는 일에 대해 익명의 개인들로부터 제기된 주장은 당혹스럽고 부정확한 것"이라며 "아무리 오래 전 일이라도 내가 누군가를 화나게 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나는 나의 모든 행동과 관계가 언제나 환영 받고 상호동의에 의한 것이라고 믿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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