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기록 32번 최연숙, 37년만에 물로 돌아오다

조선일보
입력 2019.08.13 03:40

광주세계수영 마스터즈 출전… 2년전 뇌출혈로 발 제대로 못써
주로 손으로 역영, 800m서 11위… 이번 대회 5종목에 도전장

"37년 만에 출발대에 선 기분요?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됐을 때보다 백 배 더 떨린 것 같아요."

최연숙(60)씨는 12일 오전 열린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마스터즈 대회 여자 자유형 800m(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 출전하기 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수권이 끝난 후 지난 5일부터 펼쳐진 동호인 축제 '마스터즈 대회'엔 전 세계 84개국 4032명이 참가하고 있다. 전체 참가자의 75%를 차지하는 경영 경기는 12일부터 대회 폐막일인 18일까지 이어진다.

12일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마스터즈대회 여자 자유형 800m에서 역영을 마친 최연숙씨. 1970년대 한국 여자 수영 스타였던 그는 2년 전 뇌출혈 후유증을 딛고 이번 대회 자유형 5개 종목에 나선다.
12일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마스터즈대회 여자 자유형 800m에서 역영을 마친 최연숙씨. 1970년대 한국 여자 수영 스타였던 그는 2년 전 뇌출혈 후유증을 딛고 이번 대회 자유형 5개 종목에 나선다. /연합뉴스
최씨는 1970년대 한국 여자 수영을 대표하는 스타였다. 18세이던 1977년 한국 신기록 6개(자유형 100·200·400·800m, 개인혼영 200·400m)를 써내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주종목이 접영, 개인 혼영이었던 최씨가 선수 시절 한국 신기록을 수립한 횟수만 32차례에 이른다. 최씨는 "조오련(1970 아시안게임 자유형 400· 1500m 금메달 등) 오빠와 태릉선수촌에서 합숙 훈련하던 때가 불과 몇 년 전 일처럼 생생히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23세이던 1982년 돌연 은퇴했다. 최씨는 "1981년 결혼한 뒤 미국 유학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할 수 없이 풀장을 떠나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날 최씨는 온 힘을 다해 50m 레인을 8바퀴 돌았다. 2년 전 뇌출혈 후유증으로 아직 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그는 힘껏 손을 내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최종 기록은 13분29초36. 여자 자유형 800m(60~64세 그룹) 11위에 올랐다. 1977년 세웠던 자신의 최고 기록(10분05초76)에는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물에서 나온 최씨는 해맑게 웃었다. 그는 "이 순간 너무 행복하다. 37년 만에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으며 물을 가르니 이제야 비로소 나를 되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 자유형 5개 종목(50·100·200·400·800m)에 도전장을 밀었다. 뇌출혈 후유증으로 매년 정기 검진을 받을 정도로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엔 의사도 대회 참가를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앞뒤 보지 말고, 누구 눈치도 보지 말고 엄마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라"는 큰딸의 응원에 용기를 얻어 대회 출전을 결심했다. 최씨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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