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작은 손으로 '한·미 통산 150승' 거인 류현진

조선일보
입력 2019.08.13 03:35

D백스 상대 무실점, 시즌 12승
"나만큼 손 작은 투수 본 적 없어" 그립 안돼 못 던지는 구질 많아

류현진(32·LA다저스)은 큰 키(190㎝)에 비해 손이 작은 편이다. 오른손보다 공을 던지는 왼손이 더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진 본인도 "나만큼 손이 작은 투수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남들보다 작은 손바닥으로 야구공을 쥔 그가 세계 최고 야구 무대에서 '한·미 통산 150승'의 위업을 쌓았다.

류현진은 12일 미 프로야구(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벌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무실점(4탈삼진)하며 시즌 12승째(2패)를 거뒀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53에서 1.45로 낮췄다. 다저스는 홈런 두 방을 터뜨린 저스틴 터너의 활약을 앞세워 9대3으로 이겼다.

인천 동산고를 졸업한 류현진은 2006년 한화 이글스에서 KBO(한국야구위원회) 데뷔해 7시즌간 98승을 기록했다. 2013년 미국으로 건너가 이날로 빅리그 52승째를 거둔 그는 개인 통산 150승 고지를 밟았다. 류현진은 경기 후 "사이영상에 욕심 내지 않겠다. 순리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작은 손이 만든 운명

류현진은 올해 초 오키나와에서 함께 훈련하던 KIA 윤석민의 슬라이더를 배우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포기했다. 엄지와 검지 사이 바닥면을 공과 최대한 붙여 던져야 하는 그립이지만 손이 작아 역부족이었다. 그는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을 끼워 던지는 '스플리터'성 구질도 던질 수 없다.

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역투하는 류현진. 키(190㎝)에 비해 손이 작은 류현진은 작은 손에 적합한 느린 체인지업을 익혔다. 이날 구속이 다른 체인지업과 컷패스트볼의 조합으로 다이아몬드백스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한·미 통산 150승을 달성했다. 비슷한 키(193㎝)의 동료 코디 벨린저와 하이파이브하는 모습(작은 사진)에서 그의 손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역투하는 류현진. 키(190㎝)에 비해 손이 작은 류현진은 작은 손에 적합한 느린 체인지업을 익혔다. 이날 구속이 다른 체인지업과 컷패스트볼의 조합으로 다이아몬드백스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한·미 통산 150승을 달성했다. 비슷한 키(193㎝)의 동료 코디 벨린저와 하이파이브하는 모습(작은 사진)에서 그의 손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AP 연합뉴스·LA다저스 포토블로그
그런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은 운명이다. 고교 시절까지 패스트볼과 커브 위주로 투구했던 그는 한화 입단 후 대선배 구대성에게서 체인지업을 전수받았다. 배운 지 한 달도 안 돼 실전에서 사용할 정도로 습득력이 빨랐다. 구대성은 과거 인터뷰에서 "손이 작으면 더 느린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다. 류현진은 그런 공을 던지기에 완벽한 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거의 비슷한 투구 폼에서 던지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구속 차가 클수록 타자 입장에선 공략이 어렵기 때문에 '류현진 표' 체인지업 가치가 더 빛을 발하는 것이다.

◇업그레이드된 체인지업

다이아몬드백스는 12일 경기에서 선발 타선 9명 모두 우타자(스위치 타자 2명 포함)로 배치했다. 하지만 류현진의 '명품' 체인지업에 힘 한 번 쓰지 못했다. 류현진은 패스트볼처럼 날아오다가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어 떨어지는 이 공으로 땅볼 11개 중 8개를 유도했다. 위기였던 6회 1사 1·3루에서도 윌머 플로레스에게 초구 체인지업을 던져 병살타를 이끌었다. 이날 던진 공 91개 중 27개(약 30%)가 체인지업으로 모든 구종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괴물이 쓴 한, 미 150승 기록표

체인지업은 2013년 미국 진출 당시에도 류현진의 최고 무기였다. 하지만 2014년 상대 타자에게 집중 공략당하며 구사율이 점차 떨어졌다. 그사이 류현진은 고속 슬라이더, 커터(컷 패스트볼) 등의 새 구종을 익혔다.

올 시즌 류현진의 체인지업 구사 비율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가장 높다. 특히 좌타자를 체인지업으로 요리하는 비중이 늘었다. 좌타자에겐 몸쪽 체인지업이 자칫 장타로 연결될 수 있지만, 절정에 오른 제구력 덕분에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다. 올해 류현진의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0.119로 우타자를 상대할 때(0.183)보다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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