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호구" "日 영향은 한 줌"… 김현종의 무책임한 입

조선일보
입력 2019.08.13 03:18 | 수정 2019.08.13 06:34

외교안보 중책, 부적절 발언 논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심사 우대) 국가에서 제외한 데 대해 "우리한테 진짜 영향을 미치는 (일본의) 전략물자는 '손 한 줌' 된다"고 했다. 김 차장은 또 "미국을 방문해 중재란 말을 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알아서 해라'(라는 태도를 전했다)"고 했다.

김 차장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일본 경제 보복 문제는 해결된 것이 없는데 이미 사태가 다 해결된 뒤 소감을 밝히는 자화자찬식 인터뷰 같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차장이 '글로벌 호구' 등의 표현을 한 것도 "엄중한 상황에 정부 외교 정책을 주도하는 안보실 차장으로선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김 차장의 잇단 튀는 발언이 사태를 호전시키기보다 오히려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호구 되는데…'미국이 알아서 해라'"

김 차장은 이날 친여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이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관여'를 할 것이고 '무장한 일본'을 위주로 아시아 외교 정책을 하겠다 하면 그러지(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 차장은 지난달 중순 일본 경제 보복 문제로 미국을 방문해 미 행정부 고위 관료와 상·하원 의원을 만났었다. 김어준씨는 "네(미국)가 아쉬우면 네가 알아서 해라 이거네요"라고 했고 김 차장은 "조금 그런…. 표현이 좀 그렇지만"이라고 했다.

김현종 2차장의 한, 일 갈등 관련 발언
/연합뉴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무역 문제로 많은 갈등이 있는데 내가 거기에 관여(get involved)할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고 했었다. 사실상 우리 정부가 한·일 갈등에서 미국의 '역할'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미국이 한·일에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 체결을 촉구하는 등 중재에 나섰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을 때도 "그만큼 (미국이) 한·일 간 갈등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며 반겼었다.

그러나 김 차장은 "미국 가서 중재를 요청하면 청구서가 날아올 게 뻔한데 왜 요청하겠나"며 "뭘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제가 글로벌 호구가 되는데…"라고 했다. 대통령은 중재를 요청했는데, 김 차장 혼자 자존심을 지킨 듯이 말한 것이다. 야당은 "미국이 우리 정부를 위한 적극적 역할 대신 호르무즈해협 파병, 한·미 방위비 분담금 같은 안보 청구서를 내밀고 있는 데 대해 남 일 이야기 하듯 한다"고 비판했다.

"日 전략물자 영향 미치는 건 '손 한 줌'"

김 차장은 "검토해 보니 지금 전략물자가 일본에서 1194개가 되는데, 우리한테 진짜 영향을 미치는 게 몇 개인가 봤더니 '손 한 줌' 된다"며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지금 국가 차원에서 세 가지를 해야 된다"며 첫 번째로 '평화 프로세스'를 언급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일본은 도움보단 장애"라며 일본을 빼자는 취지로 말했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간 경제 협력으로 평화 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야권과 재계에선 "반도체 규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사안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차장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일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 '제2의 한·일 경제병합'이 될 것으로 보고 이를 반대했다고도 했다. 그는 "노 대통령 때도 아베 신조가 일본 총리였는데, 이름의 한자 '신(晋)' 자는 에도 막부를 무너뜨린 사무라이 '신사쿠 다카스키'와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며 "그 사람들이 주장한 게 정한론(征韓論·한국 정복론)"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우리 수출이 증가하면 일본에서 수입이 동시에 증가하는 '가마우지 경제체제'에서 탈피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김 차장의 언행이 오히려 미국·일본 정가에서 거부감을 일으키고 있다"며 "그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일방적으로 한국 편을 들어달라고 요구한 방식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시한 인사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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