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286] 태양이 그린 그림

조선일보
  •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입력 2019.08.13 03:08

니세포르 니엡스, 르그라의 창으로 내다본 풍경, 1826~27년경, 백랍 위에 역청, 미국 오스틴의 해리 랜섬 센터 소장.
니세포르 니엡스, 르그라의 창으로 내다본 풍경, 1826~27년경, 백랍 위에 역청, 미국 오스틴의 해리 랜섬 센터 소장.
프랑스의 발명가 니세포르 니엡스(Nicéphore Niépce·1765~1833)가 1826~27년 창밖 풍경을 촬영했다. 이웃 건물의 비스듬한 지붕과 지평선이 흐릿하게 보이는 이 사진이 바로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사진으로, 지면상 그림은 백랍판 위에 인화된 이미지를 보정한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현실 세계를 그림으로 고스란히 담아내는 기계, 즉 카메라의 원조는 중세에 등장한 '카메라 오브스쿠라'다. 글자 그대로 '어두운 방'이라는 뜻의 카메라 오브스쿠라는 스크린의 작은 구멍을 통해 바깥의 빛이 들어오면, 그 반대편 벽에 바깥세상의 상(像)이 거꾸로 맺히는 자연현상을 응용한 것이었다. 이렇게 상하좌우가 뒤바뀐 이미지를 바로잡아 영원히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자 수세기 동안 많은 이가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 그중 니엡스가 백랍 위에 천연 아스팔트인 역청을 발라 카메라 오브스쿠라 안에 설치하고 며칠 동안 창가에 노출한 끝에 마침내 얻어낸 이미지가 바로 이 그림이다. 그는 이를 '헬리오그래피', 즉 '태양이 그린 그림'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이 사진은 1826~27년 어느 날, 프랑스 중부의 한 마을을 지나던 햇빛이 건물과 건물 사이로 흘러가며 납판에 내리쬔 흔적인 것이다. 사진은 이처럼 실존했던 물질이 물리적으로 남긴 현상이라는 점에서 사실을 증명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상용화된 지금은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오늘날, 단 한 시간 동안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진은 19세기에 촬영한 모든 사진을 합한 것보다 많다. 하지만 더 이상 사진이 진실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셀카 모드로 찍은 사진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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