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보호자 차량도 '장애인 주차구역' 허용해야"

입력 2019.08.13 03:00

심지은·한국치매협회 기획관리부장
심지은·한국치매협회 기획관리부장
한국치매협회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서 '치매 환자의 보호자'가 장애인 보호자와 동일한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청와대 국민청원운동을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치매 환자 수는 70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정책은 여전히 미진한 점이 많다. 치매 환자의 보호자가 환자를 동반해 치료 시설에 갈 때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이 대표적이다.

치매 어르신은 일반적으로 인지능력 및 방향 감각이 현저히 떨어지고 보행 기능이 감퇴한다. 이 때문에 장애인처럼 차량을 이용한 보호자 동반 이동이 필수다. 그럼에도 현재 법으로는 치매 어르신의 보호자나 치매 요양시설 차량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없다. 장애인 주차구역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은 장애인과 장애인 보호자, 장애인 이동차량으로 제한된다.

치매 어르신이 주기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조차 치매 어르신의 보호자 차량은 일반 주차구역의 빈자리를 찾아 주차장을 몇 바퀴씩 돌아야 한다.

건물 입구와 가깝고 차량 간격이 넓어 승·하차가 편리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비어 있어도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설령 일반 주차구역에 공간이 생겨 주차를 하더라도 차량 사이 공간이 좁아 차량 가까이 휠체어를 밀고 오기 어렵다. 물론 차에서 짐을 꺼내기도 어렵다.

이럴 땐 치매 환자가 스스로 승·하차를 해야 한다. 이때 낙상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여의치 않으면 보호자가 환자를 직접 업기도 한다.

이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자동차에서 내리더라도, 거동이 불편하고 인지능력이 떨어져 배회 증상을 보이는 어르신을 모시고 차들이 오가는 주차장 길을 가로질러 건물 엘리베이터까지 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보호자가 잠시 짐을 챙기거나 한눈을 팔기라도 하면 찰나에 실종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매번 감수하며 고충을 느끼는 것은 치매 어르신의 보호자뿐 아니다. 치매 환자를 모시고 자주 병원을 오가거나 나들이를 가는 치매 요양시설의 차량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우리나라보다 더 빠른 속도로 노인 인구와 치매 환자가 증가한 초고령사회 일본에서는 이미 이 같은 필요성을 절감하고 중등도 이상의 치매 환자가 장애인으로 인정해 환자와 가족이 관련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우리도 치매 환자의 장애인 등록 정책에 앞서 시급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이용을 우선 허용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치매 어르신의 안전과 권익을 위해 중등도 치매 가족의 차량과 치매 요양시설 차량이 '장애인 사용 차량 표지'를 발급받아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을 이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 변화가 대한민국이 복지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소중한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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