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 52시간제 보완, 외양간 고치는 시늉만으로 되겠나

조선일보
입력 2019.08.12 03:19

주 52시간 근무제의 내년 시행을 늦추자는 법안이 여당에서 처음 나왔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내년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시행할 예정이던 주 52시간 근무제를 기업 규모별로 1~3년 유예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주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 외에 여당 의원 21명이 이 법안에 동참했다.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도 부정적이어서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이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황당한 정책 목표를 내걸었다. 업종이나 직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유연 근무가 가능해야 하는데 그런 보완 입법도 없이 주 52시간 넘게 일하면 사업주를 처벌하겠다는 식으로 세계에서 가장 경직된 제도를 강행했다. 현행 법에 따라 내년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확대되는데 산업계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나온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확대하면 중소기업들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2조9000억원이다. 2년간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올라 극심한 경영난으로 중소기업은 추가 채용 여력도 없다.

경기가 침체되고, 일본의 수출 규제로 우리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자 여당 내부에서 시행을 유예하자는 법안까지 나왔다. 지금 경제 현실을 감안하면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도입은 늦춰주어야만 한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일본이 한국 경제를 향해 선전포고를 해왔는데 우리 대기업 연구소들은 주 52시간제를 지키느라 초저녁부터 불이 꺼지는 현실은 그대로다. 탄력근로제나 선택근로제 확대 같은 주 52시간제 보완 입법이 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 품목의 연구개발에 한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식으로 땜질 대응책을 발표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데, 그마저도 외양간 고치는 시늉만 해서는 대통령이 더 이상 지지 않겠다고 선언한 한·일 경제 전쟁에도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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