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임명된 한상혁(58·사진) 변호사는 현 정권과 좌파 진영에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좌파 성향 언론단체인 민언련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 야당 추천으로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지냈다. 방통위 수장(首長)이 되면 유튜브 등 관련해 정부·여당이 추진해온 '가짜 뉴스' 관련 대책 마련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방통위원장 후보자 내정 소식을 전하면서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과 방송통신 산업의 발전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 후보자 역시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저해하는 허위 조작 정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이번 개각으로 물러나는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정부·여당의 '가짜 뉴스' 대책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지 않아 갈등을 빚어왔다. 방송계 한 전문가는 "보수 진영이 우세한 유튜브 시장을 보면서 색깔이 확실한 사람을 보낸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상혁 후보자에 대해선 "사실상 언론노조가 선택한 인물"이라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의 후보자 발표 전날인 8일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와 민언련 등 언론 관련 단체들은 청와대 앞에서 '언론 개혁'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한 후보자는 2005년 이학수 전(前) 삼성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대화를 녹취한 '삼성 X파일' 사건의 MBC 측 변호인을 맡는 등 언론 관련 소송을 다수 수임해왔다. 최근에도 '나꼼수' 출신 주진우씨가 진행하는 MBC '스트레이트' 관련 소송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에선 우려가 나왔다. 통신업체의 한 고위 임원은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발전이나 규제 개혁 같은 미래를 위한 큰 청사진을 생각하기보다 정권의 이해관계를 더 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상혁 변호사는 대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2년 여권의 관권·금권 선거 의혹을 폭로했던 한준수 전 연기군수가 부친이다.

야당은 "언론 장악의 끝판왕"이라면서 개인 신상 관련 문제를 제기했다.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박성중 의원은 "한 후보자는 음주운전 등 검증 단계에서 상당한 문제가 드러났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