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직장인 퇴직금 떼내 국민연금 보험료로 전환 검토

입력 2019.08.10 03:00 | 수정 2019.08.10 04:05

경사노위에 경총이 개선안 제시… 반대하던 노동계 "논의는 해보자"
"내 퇴직금 왜 건드리나" 직장인 반발 가능성… 도입 미지수

국민연금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특위가 퇴직금 적립금 일부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전환하는 '퇴직금 전환제'를 개선 방안의 하나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이날 경사노위 연금특위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회사가 퇴직금 재원으로 적립하는 임금의 8.3% 중에서 3%포인트를 떼 국민연금 보험료로 사용하자는 안을 정식 제안했다. 지난 4월 특위에서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가 제안한 방안이다. 한국노총이 지난 2일 특위에서 "(퇴직금 전환제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경총에 구체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경총 제안대로 할 경우 퇴직금 적립금은 8.3%에서 5.3%로 낮아지지만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2%로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런 방안에 대해 한국노총 관계자는 "경총 안에 대해 내부 검토를 하겠지만,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이라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논의도 할 수 없다"는 종전 입장과는 달라진 것이라 연금특위에서 10개월째 제자리걸음인 국민연금 개선 논의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금특위는 이달 말, 늦어도 추석 전까지 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사노위 연금특위는 작년 10월부터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을 만들기 위해 논의했지만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차가 커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여기에 내년 4월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민연금 개선안을 논의하는 것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가 퇴직금 전환제 논의를 수용함에 따라 평행선을 그어온 양쪽 입장을 절충하는 돌파구로 작용할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대체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까지 올리면서, 나중에 받을 연금 규모인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45%로 인상하는 안(정부가 마련한 국민연금 개선안 중 3안)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현재 경제 사정상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은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행 제도를 유지하거나, 퇴직금 일부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전환하자"는 입장이었다.

국민연금 인상 최소화 목적

퇴직금 전환제를 활용하면 보험료율을 12%로 하더라도 인상 보험료율 3%포인트에 해당하는 보험료가 퇴직금 재원에서 넘어오기 때문에 근로자나 기업의 추가 부담은 없다. 경총은 과거 1993년에서 1999년 3월 사이 이런 제도를 운용한 적이 있기 때문에 시행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6%였던 1993~1997년엔 2%포인트를, 9%로 오른 1998~1999년 3월엔 3%포인트를 퇴직금 재원에서 가져와 쓴 적이 있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 진행 사항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더라도 소득대체율을 45%로 유지할 경우(3안),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는 2057년에서 2063년으로 6년 늦춰질 뿐이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특위에서 퇴직금 전환제를 처음 제안한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퇴직금 3%포인트 전환에다 노·사가 20년에 걸쳐 0.15%포인트씩 보험료를 올려 기금 고갈을 막자고 제안했다.

경총 등은 현재 퇴직금 재원에서 임금의 3%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옮기자는 입장이지만, 논의 과정에서 이 비율을 조절하고 근로자와 회사 부담을 일부 늘리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퇴직금 보유 1000만명은 손해?

노동계가 퇴직금 전환제에 대해 "논의는 해보자"고 나섰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난관이 작지 않다는 것이 정부와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노동계 내부 논의 과정에서 반발로 수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 퇴직금이나 퇴직연금 형태로 근로자가 받을 돈을 국민연금 쪽으로 옮겨 받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부에서 "왜 기득권을 양보하느냐"고 반발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경총이 '현행 유지'만을 고집해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냐는 차원에서 안을 가져와보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아직 은퇴 시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2017년에 신규로 퇴직연금을 받는 30만3000명 중 98.6%가 일시금을 선택했다.

고용노동부와 일부 전문가도 "퇴직금은 국민연금 보험료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퇴직금 전환제에 반대하고 있다. 퇴직연금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금융사들도 반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2017년 기준 퇴직연금에 가입했거나 퇴직금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퇴직연금 가입 대상자)는 1083만여명으로 사업장 국민연금 가입자 1346만명의 80% 수준에 불과한 것도 문제다. 모든 근로자의 퇴직금 일부를 가져와 국민연금 보험료로 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것이다.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 등 지역 가입자 769만명의 경우 퇴직금이 없기 때문에 보험료 율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들은 "사업장 가입자는 인상하지 않고 왜 우리 보험료만 인상하느냐"고 반발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가입자 중 일부만 '퇴직금 전환제' 적용을 받을 수 있어 나머지 사람들의 보험료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추가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용하 교수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두루누리 사업(저소득 근로자 지원), 농어민 보험료 지원 등을 확대하고 체계화하면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금 전환제

회사는 근로자 임금의 12분의 1(8.3%)을 퇴직금으로 적립해야 하는데, 이 중 일부(예를 들어 3%포인트)를 떼어 국민연금 보험료로 활용하자는 개념이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993년부터 1999년 3월 퇴직금의 2~3%포인트를 떼어 국민연금 보험료로 활용하다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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