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日기업 자산처분' 결정할 3개월 이후가 최대 고비

입력 2019.08.09 01:30 | 수정 2019.08.09 08:33

[韓日 경제전쟁] 靑 "일본의 품목 1건 수출허가, 긍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日 "금수조치 아니다" 강조… 대외적 정당성 명분쌓기에 무게

청와대는 8일 일본이 대(對)한국 3대 수출 규제 품목 중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허가한 것과 관련,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긍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라는 얘기도 나왔다. 청와대는 "일본은 백색 국가(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배제 조치를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일본 정부·언론이 포토레지스트 수출 허가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 것과는 다른 기류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이는 감광액 재료로, 한국의 일본산 수입 비중이 약 92%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 수출 규제를 시행한 지 34일 만인 지난 7일 처음으로 포토레지스트 수출 허가를 내줬다. 최대 90일이 걸리는 허가가 한 달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 외교가에선 "일본이 수출 허가를 한 건 내주면서 자국 조치가 '정당한 수출 규제'라는 점을 주장하려는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日의 '명분 쌓기' 의도에 무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일본의 수출 허가 승인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이미 신청된 다른 품목 역시 빠른 시간 안에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른 리스트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에 백색 국가 배제 조치를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일본이 이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실제 피해가 없을 수도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文대통령, 경제자문회의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본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왼쪽부터 차미숙 민생경제분과 위원,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경희 민생경제분과 위원, 황성현 거시경제분과 위원.
文대통령, 경제자문회의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본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왼쪽부터 차미숙 민생경제분과 위원,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경희 민생경제분과 위원, 황성현 거시경제분과 위원. /뉴시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자국의 수출 규제가 경제 보복 조치나 전면 금수(禁輸) 조치가 아니고,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주장하려는 '명분 쌓기용'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외적으론 수출 규제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대내적으론 일본 기업의 피해를 감안한 조치란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수출 허가 조치와 관련, "엄정한 심사를 거쳐 안보상 우려가 없는 거래임을 확인하고 수출 허가를 부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특히 "이번 건은 반복해서 설명한 것처럼 금수 조치가 아니다"라며 "정당한 거래에는 자의적인 (제도) 운용을 하지 않고, 허가를 내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당초 일본이 수출 규제 명분으로 내세웠던 '안보 우려'에 해당하지 않으면 한국이 부당하게 피해 볼 일은 없을 것이란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한국이 일본 조치에 '세계경제에 파괴를 불러올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가 금수·수출 규제가 아니라며 앞으로도 수출 허가 신청을 심사해 문제가 없으면 허가할 방침"이라고 했다. 산케이(産經)신문도 "이번 수출 허가로 한국이 주장하는 '금수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산업계 "한숨은 돌렸지만…"

국내 산업계 일각에선 "글로벌 공급망 타격 지적 등 대내외 여론을 의식해 일단 확전은 자제하려는 단기 유화책(宥和策)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은 한숨 돌리면서 대응 조치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특히 일본이 이번에 수출 허가를 내준 포토레지스트는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규정해 집중 육성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의 필수 소재다.

하지만 일본이 시기와 상황을 저울질하면서 '안보 우려'를 구실로 언제든 규제를 가할 수 있는 만큼 업계 내에선 여전히 우려가 적잖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3개 품목 외에도 개별·구체적으로 부적절한 사례가 나오면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아사히(朝日)신문은 "제3탄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시사한 것"이라고 했다. 스가 장관도 “수출 관리에 대해선 계속해서 엄격한 심사를 시행해 우회 무역, 목적 외 사용 등의 사례가 없도록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일본이 사태 완화를 위한 약간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한국을 화이트국에서 제외한 마당에 언제고 다시 다른 소재를 규제할지 모른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칼집에서 칼을 빼려다 잠시 멈추는 동작을 취한 느낌"이라고 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아직은 일본의 조치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몇 개월 뒤 닥칠 (강제징용 관련) 국내 일본 기업 압류 자산의 현금화 조치 여부가 한·일 관계의 향방을 가르는 큰 고비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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